▲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 직무대행이 'AI'와 '초연결'에서 가전, TV 사업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모바일 사업 호조에 힘입어 3분기 ‘깜짝실적’을 거둔 것과 달리 가전과 TV사업에서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은 올해 4월부터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까지 겸임하면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가전, TV 사업의 반등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노 사장은 ‘초연결’과 ‘인공지능(AI) 기반 혁신’을 중심으로 모바일 부문 성공 방정식을 가전, TV에도 접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6일 전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12조1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반면,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의 영업이익은 많아도 3천억 원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3분기 영업이익 5330억 원 대비 대폭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 소비자 수요 둔화와 더불어 미국의 관세 부과, 물류비 부담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특히 TV에서는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지난 8월 시작한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 효과도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으뜸가전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총괄하고,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10%, 1인당 최대 30만 원까지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TV와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 2040억 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하며 “TV와 가전 사업부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은 올해 4월부터 DX부문 전체를 이끌고 있는데, 모바일과 달리 TV 가전에서는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겼고 있는 것이다.
▲ 올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 참가한 삼성전자 부스 모습. <삼성전자> |
노 사장은 모바일 사업 부문의 성공 공식을 전체 DX 부문에 확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IFA 2025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뿐 아니라 전자 산업 전체의 역동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런 부분을 삼성전자 기능, 제품, 서비스에 빠르게 적용하고 이를 우리에게 기회로 삼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TV나 가전은 주도적으로 AI 홈이라는 큰 비전 아래 드라이브를 걸면 더욱 확산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에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은 얻은 것처럼, 가전과 TV에도 AI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해 차별화한다면 중국 등 경쟁업체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 사장은 자체 생성형 AI 모델인 ‘삼성 가우스’를 고도화해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동시, 구글 등 외부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제품별로 최적화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가전, TV 플랫폼을 모두 가진 삼성만의 강점을 활용해 사물인터넷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초연결성 강화로 차별화 전략을 펴치는 것에도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과 TV뿐 아니라 스마트폰 갤럭시에도 기본적으로 스마트싱스가 탑재되기 때문에 경쟁사 대비 압도적 규모의 초연결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AI 홈’ 전략은 집 안의 모든 기기를 연결해 편리함, 돌봄, 에너지 절감, 보안 강화 등 4가지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아직 소비자가 AI 가전의 편리함을 실질적으로 체감해 구매를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는 지난 반세기 동안 TV·가전·모바일 등 수많은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왔다”며 “실망하기보다는 지금부터 탄탄하게 다져가는 시기로 보고 있고, 4분기에는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