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산호초가 '티핑포인트'를 넘어 이제 복원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바탕펠레 섬 인근 해역에서 촬영된 산호초.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인 기온상승으로 과학계가 지난 몇십 년 동안 경고해 온 '티핑포인트'가 현실화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그동안 이어진 기온상승으로 인해 지구 주요 환경 가운데 하나가 복원 임계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1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산호초가 지구 환경 조건 가운데 처음으로 티핑포인트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티핑포인트란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기후변화에 특정 환경이 너무 심각하게 변해 더 이상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전환점을 말한다.
학계에서는 향후 티핑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 지구 환경 조건들로 산호초 외에 극지방 빙하, 아마존 열대우림,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 해류(AMOC) 등을 꼽고 있다.
이날 영국 엑서터대학은 베이조스 어스펀드 지원을 받아 전 세계 23개국 87개 기관과 협업해 연구한 '글로벌 티핑포인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산호초들은 2023년 1월부터 극심한 해양 폭염에 노출돼 대규모 고사를 당할 위기에 처해 더 이상 복원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해양 수온이 오르게 되면 산호초에는 백화 현상이 발생한다. 백화 현상은 산호에 공생하며 영양분을 제공하고 다양한 색상을 내는 조류가 이상 고온 현상에 죽으면서 나타난다.
백화된 산호는 살아있기는 하지만 영양분 공급이 끊겨 이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결국 죽게 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걸쳐 대규모 백화 현상이 발생한 사례는 지난 2년 동안 네 차례가 넘었다. 올해 4월에는 전 세계 산호초 가운데 약 84%가 백화된 것으로 관측됐다.
기존에 학계에서는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1.5도 오르는 시점에 이와 같은 티핑포인트가 찾아오게 될 것이라 전망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기온은 1.4도 올랐는데 이번 연구는 기존 가설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연구진은 온실가스를 신속하게 감축해 기온상승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 안으로 1.5도 선을 넘기면서 다른 티핑포인트도 곧장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난달 브라질 북부 아마조니아주에서 발생한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모습. <연합뉴스> |
팀 렌튼 엑서터대 글로벌 시스템 연구소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더 이상 티핑포인트는 미래의 위험이라고만 얘기할 수 없게 됐다"며 "전 세계 산호초들이 광범위하게 고사하는 첫번째 티핑포인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호초가 죽게 되면 산호에 의존하는 수많은 해양생물들도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는 곧 해양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켜 수산 자원이나 해양 관광 등에 의존하는 각국 지역사회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렌튼 교수는 "이미 백화 현상은 산호초에 의존하는 수억 명이 넘는 사람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산호는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산호초 다음으로 티핑포인트를 넘길 가능성이 높은 지구 환경 조건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목했다.
그동안 학계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광범위하게 고사하는 티핑포인트가 오려면 지구 기온이 적어도 2도는 올라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티핑포인트 발생 추정 범위의 하한선은 1.5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상승이 1.5도를 넘어 2도까지 오르게 되면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 해류가 멈추면서 유럽, 서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지역들의 환경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렌튼 교수는 타임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구온난화를 제한해 나쁜 티핑포인트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제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행동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엑서터대와 이번 연구에 협력한 각국 연구진들은 올해 11월에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티핑포인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도록 주최 사무국 측에 공동 요청을 보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