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 협상에서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공급망과 소비시장 등 협상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놓였다. 연이은 대화에도 포괄적 합의 대신 일부 사안과 관련해 단기적 조치가 나오는 데 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소비시장 및 공급망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앞세워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미국보다 사실상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간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는 트럼프 1기 정부와 유사한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 주석과 합의를 이뤄내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무역협정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양국이 이를 위해 ‘관세 전쟁’을 유예한 뒤 수 개월이 지났고 최근 합의로 협상 시한이 11월까지 추가로 연장됐지만 여전히 논의는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이 장기간 지속가능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며 “이는 중국이 자국의 협상 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와 달리 미국과 무역 합의를 서두르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소비시장 및 핵심 산업 공급망에 의존을 낮추기 어렵다는 점을 시진핑 정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밝혔다. 엔비디아 반도체에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어 자국 기업들에 구매를 자제하도록 촉구한 데 이어진 조치다.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면 중국 제조산업 및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기술 및 생산 능력으로 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강경한 태도로 맞선다면 어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지 꾸준히 경고해 왔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갈고 닦은 무기를 꺼내드는 데 망설임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도 미국과 무역 전쟁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이 미국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고용 및 투자 지표가 악화하면서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른 악영향이 점차 뚜렷하지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여론조사도 트럼프 대통령에 점차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안감을 더하는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미국 대법원이 항소법원을 뒤따라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합의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일이 시진핑 주석보다 더 다급한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 위축에 따른 타격을 다른 국가들과 교역 확대로 충분히 만회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전기차와 태양광을 비롯한 주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이미 전 세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꾸준히 늘리며 미국에 의존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소셜네트워크에 이번 회담 성과를 자축하며 시진핑 주석과 직접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 관계자는 11월로 미뤄진 무역협상 마감 시한이 재차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의 완전한 합의가 이른 시일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