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71년 만에 ‘첫 내부출신’ 수장이라는 무거운 타이틀을 안았다.
산업은행은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금융 기치 아래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대미투자펀드 조성 등 정책금융 역할의 중요성이 커진 시점이다.
▲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대미투자펀드 조성 등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금융으로 전환 정책 최선봉에 서 정책금융 역할 확대를 이끌게 됐다.
석유화학·철강산업 구조조정 현안과 노동조합과 관계 설정까지 녹록치 않은 과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10일 박 신임 회장은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및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산업은행 회장 임명안에 관한 대통령 재가를 받고 아직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도 하기 전에 첨단전략산업 정책 논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박 회장은 임기 시작부터 묵직한 경제금융 정책 현안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민보고대회 모두발언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첨단전략산업에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면서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기존 100조 원 규모로 발표한 국민성장펀드를 150조 원 이상으로 확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백신, 로봇, 수소, 이차전지, 미래차, 방산 등 국가 미래 먹거리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산업은행 산하에 설치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에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 민간자금으로 조성하는 미래성장펀드를 더해 조성, 운영하는데 산업은행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기금채권과 출연금, 한국은행 차입금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을 75조 원 규모로 구성하고 산업 지원 집행까지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또 시중은행권과 협력, 민간자금 조달 등을 통해 미래성장펀드 조성과 운영도 뒷받침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정책 관련 영향도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미국과 관세협상 타결의 핵심인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대미투자펀드 실무 전반을 이끌어야 한다. 미국 관세조치에 타격을 보는 수출기업과 산업 금융지원 과제가 무겁다.
석유화학, 철강산업 재편을 위한 구조조정, 신규 자금 공급 역할도 시급하다.
산업은행 회장에 국가경제·산업정책과 연결된 정책금융, 구조조정 업무 조율을 관장하는 고위 경제관료 역할이 특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30여 년 동안 재직하면서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지냈다.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법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다만 정부와 정책기관, 산업계 등과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대외 정책 관련 부분의 역량은 이제부터 입증해가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신임 회장은 산업은행 내부출신이니까 조직을 잘 알고 이런 측면에서는 기대감이 있는 분위기”라며 “다만 대외 기관들과 정책 조율과 소통 등 영역의 능력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내부 체질개선과 리더십 확보 과제도 무겁다.
산업은행은 현재 1조5천억 규모의 ‘AI코리아펀드’ 출자사업, 혁신성장분야 투자·융자 자금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은행은 강석훈 전임 회장 시절부터 산업 흐름 변화에 맞춰 산업 구조조정 역할을 넘어 첨단전략산업 육성의 핵심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최근 법정자본금 한도가 10년 만에 30조 원에서 45조 원으로 증액되면서 첨단산업 지원 프로그램 추진에 속도를 낼 채비를 마쳤다.
박 회장은 노동조합과 관계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은 1954년 산업은행이 설립된 뒤 첫 내부출신 수장으로 기재부나 금융위 고위 관료나 정치인 등이 내려오던 ‘낙하산 인사’ 관행을 71년 만에 깼다.
다만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중앙대학교 동문으로 대학시절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로 이번 인사에도 이런 인연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인연, 내부출신 회장 탄생 등에 집중된 안팎의 관심과 기대를 생각하면 오히려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노조는 9일 박 회장이 산업은행 차기 수장에 제청된 뒤 바로 성명서를 통해 “노조는 내부출신이라고 봐줄 생각이 없다”며 “박 지명자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고 정부를 비롯한 외부기관과 적극 소통해 대외 위상과 직원 사기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박 지명자는 은행 역사상 가장 중차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3300여 명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첫 내부출신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조직 내부 소통에 나섰다.
박 회장은 1962년생으로 전주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2019년까지 약 30년 동안 재직하며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