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8-13 15: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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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이 오랜 기간 이어진 영업적자 속에서 스페셜티(고부가 제품)를 바탕으로 한 실적 반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기초소재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석유화학 기초소재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구축하고 있는 양극박 소재 생산 공장의 기계적 준공이 마무리된다.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양극박은 리튬이온 배터리 4대 구성요소(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가운데 전기를 생성하는 양극재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2022년 롯데케미칼은 롯데알미늄과 함께 3300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양극박 생산기지인 ‘롯데 알미늄 머티리얼즈 USA’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이 생산기지가 2025년 하반기 준공을 앞둔 것이다.
양극박 공장이 본격적 생산에 들어가면 롯데케미칼은 매년 3만6천 톤의 양극박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끝나가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양극박 설비가 가동되면 롯데케미칼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 자동차 판매량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 율촌 산업단지에 마련한 컴파운딩 공장이 오는 10월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영준 사장의 스페셜티 중심의 실적 반등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컴파운딩은 2개 이상의 산업소재를 혼합하는 생산방식인데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에 다양한 첨가제를 섞어 기능을 향상시키는 공정을 구축한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합성수지(ABS)와 폴리카보네이트(PC),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등 다양한 제품군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6년 하반기 공장 준공이 완료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롯데케미칼은 연간 50만 톤 규모의 컴파운딩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다만 주력인 기초 석유화학 소재사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롯데케미칼 실적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1971억 원, 영업손실 2449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7.5% 줄었으며 영업 적자를 지속하게 됐다.
특히 기초화학 부문에서 216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부분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4분기부터 시작해 올해 2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기간 영업손실 합계는 약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기초화학 부문의 미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은 롯데케미칼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2028년까지 석유화학 제품 수요를 초과하는 증설이 계획돼 있다”며 “운임, 유가, 환율, 무역분쟁 등 외부요인도 아직까지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이영준 사장이 지난 4월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LINE Project)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0월 롯데케미칼이 5조3천억 원을 투입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생산설비가 본격적 가동에 들어간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기초 유분인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부타디엔 14만 톤, 벤젠·톨루엔·자일렌(BTX) 40만 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석유화학 제품 시장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생산설비로 얻을 수 있는 실적은 매출액 2조1천억 원, 영업손실 1206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초유분 업황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이영준 사장의 고민도 깊어지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HD현대케미칼과 대산 석유화학단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과 대산 석유화학단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모습. <롯데케미칼>
구체적 방안으로는 HD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의 설비를 넘겨받고 이에 따른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함께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은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각각 40%와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세부적 진행 상황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원가 개선과 손실 제품군 생산 축소를 통해 공급과잉 해소와 현금흐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손익과 재무 상황을 감안할 때 3년 뒤에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현재 생산능력에서 4분의 1가량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기초유분 업황 악화에 구조조정으로 견디면서 스페셜티 중심의 실적 회복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롯데케미칼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부가 사업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현금 흐름 중심의 엄중한 경영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며 스페셜티와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