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7-16 14: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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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물산이 롯데그룹 자금줄 역할을 맡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이사(사진)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물산이 롯데그룹의 ‘기댈 언덕’이 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이 자금이 필요로 할 때, 또는 계열사가 힘들 때 모두 롯데물산이 나서고 있다.
롯데물산의 형편도 썩 좋지만은 않아 롯데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지속하려면 장재훈 대표이사가 부동산 임대사업에서 더욱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때마다 롯데물산에 도움을 청하는 듯한 모습이 감지된다.
롯데물산은 최근 ‘프로젝트샬롯’이라는 펀드에 2천억 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이 금액을 빌려줄 때 맺었던 대여기간은 2027년 3월6일까지인데 이를 유지하면서 이자율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물산이 빌려줬던 돈과 관련해 계약 조건을 다듬는 ‘리파이낸싱’에 해당해 당장 돈이 더 들어가는 계약은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면 롯데물산의 부담이 조금 늘어나기는 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계약의 이자율은 10.7%였다. 하지만 이번에 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이자율은 8.54%로 낮아졌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프로젝트샬롯은 롯데건설이 결성한 펀드의 이름이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를로테의 영어식 발음인 ‘샬롯’에서 따왔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어려워하는 롯데건설을 돕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일종의 ‘롯데건설 구하기’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샬롯은 롯데건설의 보증부 사모사채를 매입하는데 이를 위한 자금을 롯데물산 등 롯데그룹 계열사 4곳에서 빌렸다.
롯데물산이 자금을 그냥 빌려준 것은 아니다. 담보로 롯데건설 소유의 부동산과 롯데건설 사업장 후순위 수익권 및 공사매출채권을 설정했다. 담보한도는 2320억 원이다.
롯데물산은 롯데지주의 자사주 처리 과정에도 앞장섰다.
롯데지주는 2024년 말 기준으로 자사주를 32.5% 보유하고 있었다. 자사주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에 나선 해결사가 바로 롯데물산이다.
롯데물산은 6월26일 롯데지주 지분 5%를 1477억 원에 샀다. 취득 목적은 ‘지분 매입을 통한 투자 수익 확보’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롯데지주를 돕기 위해 롯데물산이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물산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데는 현재 롯데그룹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계열사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의 최근 3년 실적을 보면 연평균 영업이익 938억 원가량을 냈다. 매출도 2022년 4409억 원에서 2023년 4706억 원, 2024년 5115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3개년 평균 20%에 육박한다.
문제는 롯데물산이 여기저기에 돈을 빌려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꼭 넉넉한 형편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롯데물산이 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239억 원이다. 유동자산은 4764억 원이다. 한때 유동자산 규모가 7천억 원이 넘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곳간 수위가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024년 초부터 롯데물산을 이끌고 있는 ‘외부 출신’ 장재훈 대표이사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장재훈 대표는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 JLL(존스랑라살)코리아 출신의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다. 23년 동안 국내외 부동산 거래와 투자, 자산운용, 자산관리, 건축, 개발 등 여러 방면에서 부동산 전문 업무를 익혀 외부에서 영입된 케이스다.
▲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전경.
JLL 본사가 한국 법인에 한국계 인사를 대표로 앉힌 것은 장 대표가 최초였다. 그만큼 역량을 인정받는다는 뜻인데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장 대표는 롯데물산의 가장 큰 자산인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한 여러 자산의 임대사업에서 나오는 매출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2021년만 하더라도 분양사업이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 분양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2024년부터는 관련 매출이 0으로 떨어졌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장 대표의 과제로 떨어진 셈인데 최근 수년 사이 올라오고 있는 임대매출로 이를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의 임대매출 비중은 2021년 34%에서 2022년 57.8%, 2023년 71.4%, 2024년 79.5%까지 높아졌다. 분양사업이 끝났기 때문에 임대매출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임대매출의 절대 금액도 2020년 2217억 원에서 2021년 2564억 원, 2022년 2956억 원, 2023년 3357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몰 이외에도 외부사업장으로 12곳을 두고 이와 관련한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임대료를 받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롯데물산의 재무적 여력을 늘리기 위해 사업 외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5월부터 경기도 이천시와 안성시에 위치한 물류센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2천억 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