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두산건설이 올해 분양물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창원 대단지를 조기에 완판하며 미분양 위험에서 한 발짝 비켜섰다.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재무부담을 덜고 실적도 끌어올린 만큼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둔 기대감도 안게 됐다.
16일 두산건설에 따르면 최근 1년 자체분양 물량 가운데 일부 세대를 제외하고는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GS건설·금호건설과 컨소시엄을 통해 짓는 경남 ‘창원 메가시티 자이&위브’ 계약 개시 80여일 만에 모든 세대 분양을 마치는데 성공했다.
‘창원 메가시티 자이&위브’는 올해 두산건설이 분양한 단지 가운데서 규모가 가장 컸다. 창원특례시 진해시에 들어서는 2638가구(일반분양 2041가구) 대단지로 두산건설 지분은 45%다.
두산건설은 지방 미분양 문제 심화 속 잠재적 위험요인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678가구로 이 가운데 지방 비중은 77%(5만1372가구)에 이른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높이며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진행 주택사업 분양성과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3월말 기준 두산건설의 주택사업 분양률(후분양·임대·준공 사업장 제외)은 92.7%에 이른다. 서울 99.1%, 광역도 99.2% 등으로 집계됐고 가장 낮은 광역시에서도 83.5%로 집계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진행사업 분양성과가 우수하다”며 “준공 뒤 미분양 사업장 위험 수준도 제한적으로 지난해와 올해 준공을 승인받은 사업장 기준 3월말 두산건설의 준공 뒤 미분양 세대수는 28세대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난해 분양을 진행한 칠곡경북대병원(센트럴시티)과 부산양정주상복합(센트럴양정) 등의 분양성과가 다소 저조하다”며 “이 사업지는 공사진행도에 따라 대금을 받는 기성불 요건이지만 위험 축소 여부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같은 분양 호조를 놓고 두산건설은 이정환 대표의 ‘데이터 경영’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고 있다. ‘창원 메가시티 자이&위브’ 조기 완판을 두고도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입지 분석과 수요예측으로 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제안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22년 12월 자리에 오른 뒤 주택사업 분양을 직접 챙기며 데이터에 기반해 미분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수 차례 언론과 인터뷰에서 단순히 매출 증대를 위해 수주를 늘리기 보다는 사업성을 따진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중심으로 미분양을 최소화하는 전략 뒷편에는 두산건설이 과거 ‘일산 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여파에 크게 흔들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북부 최초 마천루 ‘일산 위브더제니스’는 착공 11년 만인 2020년에야 분양을 마쳤다. 두산건설은 장기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험을 떠안고 크게 흔들렸고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00년대 10위권을 유지하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 창원 메가시티 자이&위브 조감도. <두산건설> |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최근 분양 완판 행진에 기대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승 지속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두산건설의 순위는 이 대표가 취임한 2022년 12월 이후 2023년 35위, 2024년 32위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특히 두산건설의 실적 개선세는 최근 수 년 사이 중소건설사가 법정관리행을 선택하는 등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뚜렷하다.
두산건설은 1분기 연결 매출 4247억7562만 원, 영업이익 82억4271만 원을 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10년 새 최대 영업이익, 2021년 이후 3년 만에 순이익 흑자로 돌아선 기세를 이어간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공사실적뿐 아니라 재무구조를 따지는 경영평가액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변수로 여겨진다.
시공능력평가는 국토부가 건설사를 종합 평가하는 제도로 해마다 7월31일 공시된다. '실적평가액+경영평가액+기술능력평가액±신인도평가액'으로 결정되는데 최근 몇 년사이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평가액의 영향력이 커졌다.
두산건설의 3월말 부채비율은 403.52%, 유동비율은 86.4%로 집계됐다. 500%를 넘기기도 했던 2023년말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안정선으로 여겨지는 부채비율 200%를 넘기고 유동비율 100%에는 못 미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그동안 공사실적 기준으로는 계속해서 업계 10위권에 위치했지만 그동안 경영평가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며 “올해는 재무적으로 개선한 요소도 있는 만큼 경영평가에서도 개선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