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해외인프라개발자원공사(KIND)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와 베트남 기업 쑤언 카우(Xuan Cau), KIND는 6월말 베트남 하노이 쑤언 카우 본사에서 베트남 흥옌성 소재 반장 신도시 개발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KIND는 해외건설 촉진법에 따라 2018년 출범한 정부 차원 해외투자개발사업(PPP) 전문기관으로 국내 기업에 프로젝트 기획 및 타당성 정보를 제공한다. 베트남에서는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복합시설과 흥옌성 산업단지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도시개발에 많은 국내 건설사가 진출했지만 현지 여건과 규제, 자국 기업 선호 등 복합적 상황에 따라 관심도가 떨어진 부분도 있었다”며 “이번에는 베트남 정부 차원 계획이 있고 토지보상도 완료돼 사업 구체화를 위해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1조5천억 원 규모 태국 LNG터미널 수주에 이어 베트남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해외 사업 회복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수 년 동안 해외 시장에서 주춤했다. 3월말 수주잔고 가운데 1천억 원 이상 규모 해외사업은 없고 해외도급공사의 1분기 매출 비중은 8.9%에 그쳤다.
포스코이앤씨가 베트남 도시개발 사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에는 베트남 최대 국영 건설사 비나코넥스와 손잡고 현지 최초의 자립형 신도시 ‘스플랜도라(과거 북안카잉 신도시)’ 조성에 참여했다. 약 22억 달러(약 3조353억 원)가 투입돼 2029년까지 초대형 주거·상업·업무 등의 지구를 짓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포스코그룹 차원의 베트남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포스코이앤씨 베트남 법인은 플랜트를 포함한 건설업을 수행하지만 지금까지도 철골 구조물 생산기지를 아래에 두고 있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베트남 하노이 광역도시 마스터플랜 설계에도 참여했다. 해당 계획에는 면적 921㎢, 인구 340만명의 하노이를 2050년까지 면적 3300㎢, 인구 1000만명의 하노이광역시로 새롭게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이앤씨 베트남 법인이 매각대상에 오른 가운데서도 꾸준히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주력 철강 사업 부진에 저수익의 다수 해외법인을 매각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해외법인 매각과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셈인데 포스코이앤씨가 베트남에서 본업 ‘건설’에 집중하고 수익성이 높은 ‘디벨로퍼’ 모델을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한 신도시 스플랜도라 전경. <포스코이앤씨>
일반적으로 해외도시 개발사업은 여건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단순 EPC(설계·조달·시공)가 아닌 개발사로 참여하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해외사업 대부분(95% 가량)을 차지하는 도급사업 수익성은 3~5%에 그치지만 투자개발사업에서는 10% 이상으로 많게는 도급사업보다 3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국내 건설경기가 위축될 때마다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이었고 포스코이앤씨 역시 디벨로퍼 모델을 통해 국내 침체기를 타개하고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도 정부 차원에서 지난 5월 민간 중심 경제로의 전환점으로 평가되는 ‘결의안 68(Resolution 68)’ 등으로 민간부문과 외국기업의 투자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정 사장은 다만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사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포스코이앤씨가 현지 규제와 여건 등으로 인해 ‘스플랜도라’ 사업에서 중간에 발을 뺐기 때문이다.
스플랜도라는 모두 5단계로 이뤄져 2029년까지 진행이 계획돼 있었다. 포스코이앤씨는 1단계를 마무리한 뒤 2단계도 착공했지만 사업 속도가 나지 않았고 결국 포스코이앤씨는 개발사 지분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정 사장은 또한 포스코이앤씨의 과거 베트남 법인 부진이 전체 실적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비리 의혹이 벌어졌고 공사대금을 미지급으로 어려움도 겪은 점을 교훈 삼아 ‘아픈 과거’를 씻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다만 우리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베트남 도시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기업 지원에 착수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해외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판교 신도시 규모의 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를 도시 수출 1호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6월 베트남 박닌성 현지 관계자를 만나 개발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현재 사전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포스코이앤씨뿐 아니라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공동 참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포스코이앤씨의 수익성 극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안고 있다. 당시 전중선 전 사장은 업황 악화 속에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며 취임 뒤 10달 만에 물러났다.
정 사장은 최근 펴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지난해 공사원가 급등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는 창사 30주년을 넘어 앞으로의 30년, 더 나아가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굳건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