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균 보령 사장(왼쪽)이 2025년 6월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
[비즈니스포스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은 본인의 회사인 보령파트너스를 활용해 보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김 사장은 2024년 11월 보령이 보령파트너스에 대해 실시한 유상증자를 통해 보령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늘렸다.
보령파트너스는 앞서 2024년 6월 백신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을 매각하면서 유상증자에 쓰일 자금을 확보했다. 매각으로 손에 쥔 자금은 약 2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이 이뤄지기까지에는 오너 3세인
김정균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보령제약그룹 차원의 전사적 지원이 있었다. 그 작업은 아주 오랜 기간 이뤄졌다.
◆ 김정균이 보령파트너스와 보령바이오파마를 지배하기까지
보령은 2004년 보령수앤수(현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김정균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했다. 보령은 건강기능식품과 토털헬스케어 등 비(非)전문의약품 판매업(도소매업)을 보령수앤수에 넘겼다.
김 사장은 2008년부터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은 보령홀딩스가 74%, 김은선 회장이 2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2009년에는 보령홀딩스의 지분율이 33.7%까지 감소했고, 보령수앤수가 65.6%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에도 보령수앤수는 계속해서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 과정은 보령제약그룹 계열사들의 보령바이오파마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뤄졌다.
보령제약그룹 계열사들은 보령수앤수가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을 확보한 시점 이후 내부거래를 통해 보령바이오파마를 밀어줬다. 2007년 30%대였던 내부거래 비중은 보령수앤수의 지분율이 늘어난 이후인 2009년 58%까지 상승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속해서 높은 배당을 실시해 보령수앤수의 보유 자금을 늘렸고, 보령수앤수는 이 자금으로 다시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을 매입했다. 2013년에는 보령수앤수의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율이 96.4%에 이르렀다.
김 사장은 2015년 보령수앤수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보령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때 보령바이오파마가 보령파트너스에 속하게 됐다. 김 사장은 2018년 잔존법인(보령수앤수)을 보령홀딩스에 매각했다. 보령수앤수는 보령이 일반의약품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보령컨슈머헬스케어와 합병했다.
한편 김 사장은 2009년 자신의 성을 아버지의 성인 ‘유’씨에서 어머니의 성인 ‘김’씨로 바꿨다. 김 사장의 부친은 이보다 앞서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명을 두고 딸만 넷을 둔 김승호 보령 명예회장이 외손자를 후계자로 점찍었기 때문이라는 재계의 해석이 나왔다.
▲ 김정균 보령 사장(왼쪽)이 2024년 1월16일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청소년 우주인재 육성과 과학기술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
◆ 보령바이오파마 활용한 자금 마련
이후
김정균 사장은 보령바이오파마를 통해 승계 및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실제로 2021년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2022년 중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투자 심리 위축으로 상장 밸류 예상치가 하락하면서 중단했다. 이후 김 사장은 회사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매각작업도 세 차례 무산됐다. 2023년 2월 동원산업을 인수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한 달간의 실사를 진행했으나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같은 해 6월과 9월에도 각각 화인자산운용, 케이엘앤파트너스와 협상했지만 무산됐다.
그러나 결국 2024년 6월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산업은행PE실 컨소시엄에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을 매각하면서 2천억 원을 손에 쥐게 됐다.
김 사장은 이 자금으로 보령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배력을 대폭 늘렸고, 우주 사업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까지 마련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