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립부 탄 CEO 체제에 들어선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특정 고객사의 위탁생산 주문 수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 경영을 총괄하게 된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증권가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가 전망된다.
반도체 기술 전문가인 립부 탄이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투자전문지 구루포커스는 25일 증권사 UBS 보고서를 인용해 “립부 탄 CEO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을 원점부터 바꿔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UBS는 인텔이 립부 탄 체제에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라는 분명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사 윤곽이나 수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도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확대에 주력하던 과거의 비효율적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UBS는 인텔이 차세대 18AP 미세공정 기술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춰낸다면 엔비디아의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18AP는 올해 양산이 예정된 인텔의 18A(1.8나노급) 미세공정과 비교해 전력 효율이 개선되는 차세대 공정이다. 현재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개발하는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브로드컴 역시 유력한 잠재 고객사로 꼽혔다.
UBS는 인텔이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확보에도 성과를 낸다면 첨단 파운드리 부동의 1위 기업인 TSMC를 더욱 바짝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인텔은 팻 겔싱어 전 CEO 체제에서 파운드리 사업 진출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 확대에 주력해 왔다.
주로 자체 CPU 생산에만 활용되던 인텔의 반도체 제조 기술로 고객사 제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인텔은 TSMC나 삼성전자 등 상위 기업과 크게 벌어진 기술 격차를 수 년 안에 따라잡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세우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파운드리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공격적 시설 투자도 이어지면서 결국 인텔은 심각한 재무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는 팻 겔싱어 전 CEO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인텔은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뒤 반도체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립부 탄 CEO를 새로 선임했다.
립부 탄 체제에서 구체화되는 인텔의 새 파운드리 사업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낙관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보고서를 내고 “인텔은 립부 탄의 합류에 힘입어 분명한 목표를 둔 시스템으로 방향을 재편했다”며 “투자자들도 이런 변화를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현재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90% 가까운 점유율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올해 양산을 앞둔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도 4월부터 고객사 주문을 받기로 했는데 이미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다수의 대형 고객사가 줄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아직 이러한 고객들에 파운드리 기술력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해 수주를 확보하기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자국 반도체 설계기업 및 IT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인 인텔이 정책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립부 탄이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반도체 수주를 인텔 파운드리 목표로 전면에 내세운 점도 미국 정부나 고객사들과 어느 정도 소통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현재 7나노 미만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에 불과하다.
TSMC가 고객사 수주 성과를 이어가는 데 이어 인텔도 CEO 교체 및 미국 정부 정책에 수혜를 봐 수주전에 더 활발히 뛰어든다면 자연히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당초 지난해 말에서 2026년까지 늦춘 만큼 트럼프 정부 정책에 수혜를 보기 더 어려운 처지다.
다만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이 실제로 엔비디아와 같은 까다로운 고객사에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만큼 경쟁 판도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UBS는 “인텔은 4월 열리는 기술 발표행사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발전 및 성과와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며 전략 변화 방향에 주목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