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1-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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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 다시 내란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최 권한대행이 본인에 대한 수사를 틀어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는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해산을 전제로 구상한 ‘비상입법기구’ 예산 확보를 지시한 문건과 관련해 내란 동조자로 의심을 받고 있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또 다시 내란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비상입법기구’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상입법기구가 헌법재판소(헌재)도 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핵심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를 설치하려는 시도 자체가 헌법기관인 국회 입법 기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국헌을 문란하게 하려 한 목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헌재는 비상입법기구 관련 문건을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적힌 문건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안에 충분히 확보해 보고 △국회 관련 자금을 완전 차단하며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 등 지시사항 3개가 담겼다.
비상입법기구가 전두환 군사반란세력이 국회를 해산한 뒤 만든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를 본뜬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3일 헌재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라고 쓴 건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할 기구를 생각한 건가, 5공 국보위와 같나”라고 묻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아니다, 그렇다면 총리에게 줬지 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문건을) 줬겠나”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게다가 최 권한대행이 경제부총리 시절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헌법재판소에서 진술한 내용이 달라 수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국회 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을 본 뒤 “참고하라”며 접혀있던 종이 자료를 옆에 있던 실무자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23일 변론기일에서 본인이 비상입법기구 문건을 작성해 실무자를 통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 권한대행 스스로 문건을 두고 ‘접은 종이’ 또는 ‘한 장짜리 자료’라고 표현하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문서 하단에 ‘8쪽’이라고 적힌 정식 문건이었다는 사실도 최근 새롭게 확인됐다. 최 권한대행이 비상빕법기구 문건이 가지는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하고 직접 계엄령을 선포한 상황에서 지시사항이 적힌 문건을 보지도 않고 버렸다는 최 권한대행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강하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서 지시를 담은 정식 문서를 장관이 무시하고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궤변”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내란죄 사건을 이첩 받은 검찰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만 기소하고 내란에 동조했던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4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검찰이 윤석열 세력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같기 때문에 축소하거나 은폐하거나 봐주기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최 권한대행부터 국무위원들 공범 관계를 특검에서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계엄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최 권한대행이 계엄 수사를 위한 내란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 권한대행으로서는 내란특검법안 거부권 행사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수사를 틀어막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24일 성명을 내어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최 권한대행의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는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수사 방해를 넘어 자신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내란특검법안은 상정하지 않았다. 내란특검법안의 거부권 행사 기한이 오는 2월1일이기 때문에 1월3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의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12·3 비상계엄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관련 지시사항이 적힌 문건. < MBC >
만일 최 권한대행이 내란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국회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미루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2명만 임명했을 때에도 최 권한대행 탄핵을 '자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내란특검법안에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폭 반영해 제3자(대법원장) 특검추천을 담고 수사대상도 대폭 축소했다.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을 거쳐 이번 법안까지 폐기된다면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차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최 권한대행의 국정운영을 두고 “여러 가지로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국정운영을 하고 있지만 저희로서는 최대한 인내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며 “본인에게 유리한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