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법안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독립 감사기구 신설을 통해 비위 재발을 방지하고 내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다만 농협의 자율성 보장과 선거·감사기구 운영비 부담 등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았다.
|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13일 경남 김해시 주촌면 부경양돈농협 축산물종합유통센터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 현장 시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농협 개혁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의결 전 퇴장했다.
이날 소위 의결은 농해수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11일 당정 개혁안을 반영한 법안을 제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또한 4월28일 첫 소위 상정 이후 일곱 번째 심사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약 1110명의 조합장이 선출하던 농협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 약 187만 명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로 전환하고 중앙회와 분리된 독립 감사기구를 신설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당정은 소수 조합장에게 집중된 선거권을 조합원에게 확대해 금품선거 가능성을 줄이고 감사 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농협 개혁은 중앙회와 회원조합 등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정부는 올해 3월9일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농협 공금의 사적 유용 혐의와 특혜성 대출·계약, 회원조합 분식회계 등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고 96건에 대해 제도개선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전횡 의혹과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내부통제 장치 및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정은 기존 내부 감사체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배구조와 감사체계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 ▲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10월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독립 감사기구 설치를 놓고 정부의 감독 강화 필요성과 농협의 자율성 보장 요구가 맞서고 있다.
농협은 별도 감사법인 설립에 따른 중복 감사와 운영비 증가 등을 우려하며 기존 감사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국민의힘도 이날 소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추천 인사의 농협 인사추천기구 참여와 외부 인사의 감사기구 진입을 문제 삼으며 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기구 운영비와 인력 규모를 놓고도 정부와 농협의 추산이 엇갈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개혁추진단는 지난 6월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협 측은 독립 감사기구 운영에 연간 최대 1500억 원과 인력 450~500명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지만, 정부는 기존 감사조직을 활용하면 약 500억 원과 인력 250명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에 따른 선거비용 부담도 남은 쟁점이다.
같은 간담회에서 농협은 직선제 선거비용을 약 406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정부는 208억~228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농협 측은 선거비용의 국고 지원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농협 자체 선거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농업계에서도 개혁의 필요성과 별개로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국4-H중앙본부는 지난 2일 각각 성명을 내고 농협 개혁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선거비용과 감사기구 운영비 증가가 농업인 지원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일부 단체는 조합원 의사를 반영한 간접선거제와 기존 감사조직의 독립성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오는 5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며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쟁점들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1차 개혁 입법 이후 중앙회 권한 분산과 경제사업 활성화 등을 담은 2차 개혁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이번 법안의 처리 여부가 후속 개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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