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조9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격차 완화를 위한 '미래선점·성장확산 예산'으로 규정하고 국회에 법정기한 내 처리를 요청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11월 정기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며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뚜렷한 V자형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라 경제는 좋아졌는데 내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국민의 절박한 호소,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성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거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27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으로 미래 성장동력과 격차 완화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예산 편성의 3대 원칙으로는 △담대하게 투자하되 비효율에 낭비하지 않는다 △조세지출보다 재정지출을 우선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을 우대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100여 개 사업 폐지를 포함해 모두 6476개 사업에서 107조2천억 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혼인·출산 세액공제 등 17개 조세지출 1조9천억 원도 재정지원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신설을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성장동력 확충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뒷받침할 장치로 제시했다.
그는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확대되는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안정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세수를 청년,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여유자금은 세수 부족 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 예산 투자 방향으로 민생 지원과 지방균형발전, 미래 성장동력 육성, 국방·안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제시했다.
우선 내년부터 주요 사회보장급여는 수급 자격을 갖추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지원받는 체계로 개편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25조6천억 원, 온누리상품권 4조5천억 원도 발행한다.
청년 예산은 올해보다 53.5% 늘어난 43조3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대학생 인턴학기 도입 등으로 일경험·훈련·구직 지원 대상자를 56만 명에서 72만 명으로 확대하고 청년 공적임대주택도 10만6천 호로 늘리기로 했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국토대전환과 지방주도성장에 33조 원을 투자한다.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개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고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도 올해 안에 확정하기로 했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 분야에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조3천억 원을 투입한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역대 최대인 39조5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2조8천억 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도 역대 최대인 43만 대로 늘리기로 했다.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늘어난 73조3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에 필요한 전력과 핵추진잠수함, KF-21 등 핵심 전력을 확보하고 AI·로봇·드론 기반의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여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건은 실행과 속도"라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심의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더 나은 대안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놓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두의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약속하는 예산안"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숫자로 보이는 성과에 그치지 않고, 성장의 온기가 국민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예산 심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정 처리 시한 내에 반드시 통과시켜 적시에 필요한 곳에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의힘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반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시정연설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판돈으로 내건 무책임한 재정 도박 선언"이라고 비판하며 예산안의 재정 부담을 문제 삼았다.
특히 162조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과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가 2029년부터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 점을 지적하며 기금 사업비 약 45조 원 가운데 21조 원이 반복 지출 사업에 투입되는 것은 재정 운용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방만 예산과 깜깜이 기금을 철저히 검증하고, 혈세 낭비와 선심성 쌈짓돈 사업을 끝까지 도려내겠다"고 밝혔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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