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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암치료제 공세 거세진다,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차세대 기술·자체 임상' 고삐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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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 기업의 공세에 서둘러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사장은 중국 기업들과 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기술수출에 더해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일부 후보물질을 후기 임상까지 직접 개발하는 선택지를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 항암치료제 공세 거세진다,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차세대 기술·자체 임상' 고삐
▲ 중국 바이오 업체들이 ADC 기술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은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20일 중국 한소제약에 따르면 회사는 19일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와 복수의 ADC 후보물질을 공동개발하고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선급금 4억 달러와 계약 1주년 지급금 1억1천만 달러를 받고 개발·허가·상업화 성과에 따라 150억 달러가 넘는 조건부 단계별 기술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총 잠재금액(선급금과 단계별 기술료 등을 합한 금액)은 155억1천만 달러(약 20조6천억 원)다.

ADC는 암세포의 특정 표적을 찾아가는 항체에 항암약물을 연결한 치료제다. 같은 표적을 겨냥하더라도 약물을 연결하고 전달하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를 바꿔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의 ADC 기술수출은 수년 전부터 이어졌다. 커룬바이오텍은 2022년 MSD와 ADC 후보물질 7종을 대상으로 총 잠재금액 94억75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ADC 기술수출 규모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2023년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MSD가 체결한 ADC 후보물질 3종 공동개발·상업화 계약이다. 당시 총 잠재금액은 최대 약 29조3천억 원이었다. 

로슈와 한소제약의 협력이 이미 확보한 후보물질의 도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은 리가켐바이오가 마주한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계약에는 한소제약의 전임상 후보물질 2종과 함께 로슈가 제안하는 표적을 겨냥해 한소제약의 플랫폼으로 신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한소제약이 글로벌 임상 1a상 완료까지 초기 개발을 맡고 이후 로슈가 중화권을 제외한 지역의 후속 개발을 담당한다.

로슈는 지난해 10월에도 한소제약의 ADC 후보물질 ‘HS-20110’을 도입했다. 개별 후보물질의 기술이전 이후 1년 만에 새로운 후보물질을 함께 만드는 협력으로 범위를 넓혔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개발 파트너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올해 9월 기업설명자료 기준 ADC 후보물질 6건과 플랫폼 6건 등 모두 12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상대방에는 존슨앤드존슨과 암젠, 일본 오노약품공업 등이 포함됐다.

비공개 금액을 제외한 누적 계약 규모는 83억 달러 이상인데 이번 한소제약의 총 계약규모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

박 사장으로서는 ADC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줘야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대형 기술수출 경험을 확보한 리가켐바이오도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를 중장기 전략의 주요 과제로 제시해 왔다.

창업주인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회장은 7월8일 열린 ‘글로벌 연구개발(R&D) 데이’에서 기존 기술을 모방하거나 특허를 우회하는 플랫폼의 등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결국 방법은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계속 앞서 나가며 도망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플랫폼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후속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세진 사장은 리가켐바이오의 중장기 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 전략 ‘LCB 2.0’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기존 플랫폼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플랫폼을 확보하고 자체 임상 역량을 높이는 성장전략이다.

박 사장 7월 이 전략을 발표하며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개발 원칙과 함께 독자 개발을 통해 임상 2·3상 후보물질을 5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체 임상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 역량은 확보한 상태로 파악된다. 이미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 투자금 유입 이후 현재 8천억~9천억 원 수준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보유자금이 늘면서 기술수출 시점과 개발 범위를 선택할 여지도 커졌다. 초기 단계 기술수출을 이어가면서도 조건에 따라 일부 후보물질은 임상을 더 진행한 뒤 협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항암치료제 공세 거세진다,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차세대 기술·자체 임상' 고삐
▲ 리가켐바이오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후기임상 확대 등의 전략을 펴고 있다. 사진은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있는 리가켐바이오 모습. <리가켐바이오>

기존 전략은 독자 ADC 플랫폼 ‘컨쥬올’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늘리고 임상 단계로 진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LCB 2.0은 중국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제약사의 수요 변화에 맞춰 항체와 항암약물을 연결하는 링커,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인 페이로드 등을 새로 개발하는 데도 무게를 둔다.

리가켐바이오는 두 표적을 인식하는 항체를 활용하거나 서로 다른 종류의 항암약물을 함께 탑재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항체 하나에 연결하는 약물의 개수를 줄이는 방식도 준비하고 있다.

외부 기술 도입도 병행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9월30일 에이비온과 면역사이토카인-항체약물접합체(iADC) 플랫폼 공동연구 및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리가켐바이오가 지정하는 최대 5개 표적의 iADC에 대해 전 세계 개발·상업화 독점권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ADC에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결합하는 접근이다. 두 회사는 에이비온의 인터페론 베타 변이체 기반 기술과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을 결합해 후보물질을 연구한다.

기존 플랫폼에 새로운 계열의 항암약물을 적용한 후보물질은 이미 자체 임상으로 검증하기 시작했다.

리가켐바이오는 클라우딘18.2(CLDN18.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ADC ‘LCB02A’의 글로벌 임상 1·2상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하며 후기 임상 단계까지 확장하고 있다.

해당 물질은 컨쥬올에 토포아이소머라제1 저해제 계열 항암약물인 엑사테칸을 적용했다.

미국 임상시험 등록정보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리가켐바이오가 주도하며 목표 환자 수는 191명이다. 기존 표준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적정 투여량을 확인하고 위암·위식도접합부암, 췌장암 등에서 항암 효과를 평가한다.

후기 임상까지 직접 개발할 대상이 모두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후보물질과 새 플랫폼을 적용한 후보물질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각 프로젝트의 개발 상황과 기술이전 협상 조건에 따라 판단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도 다변화하고 있다”며 “기존 플랫폼에 매이지 않고 링커와 페이로드를 새롭게 개발하는 한편 일부 후보물질은 후기 임상까지 직접 개발해 기술이전 가치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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