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 사장이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콘쥬올’의 후속 사업화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미 다수의 기술수출 경험을 쌓았다. 앞으로의 관건은 콘쥬올 플랫폼을 단순히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신약 후보물질과 묶은 기술수출, 공동개발, 단계별 기술료 확대 등으로 사업화 모델을 넓히는 일이 중요해졌다.
▲ 리가켐바이오가 6월22일 미국에서 열리는 '바이오 USA'에 참석한다. 사진은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 사장. <리가켐바이오>
8일 리가켐바이오에 따르면 회사는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6(바이오USA)’에 참석한다.
바이오USA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모여 기술수출, 공동개발, 투자 등을 논의하는 행사다. 국내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보유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소개하고 협력 기회를 찾는 자리로 꼽힌다.
리가켐바이오도 이번 행사에서 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기술과 파트너사 개발 성과를 알릴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는 실무진이 참석한다”며 “보통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는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하고 기술수출뿐 아니라 기술도입, 협업 등 여러 파트너 관련 미팅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곧바로 기술수출 계약이 나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리가켐바이오가 기존 기술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계약 방식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항체약물접합체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항암제를 붙인 치료제다.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고 붙어 있던 항암제가 암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항암제보다 정상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콘쥬올은 항체약물접합체를 만드는 플랫폼 기술이다. 하나의 후보물질에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라 여러 표적과 암종에 반복해서 적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그동안 콘쥬올을 앞세워 여러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다만 플랫폼 기술만 많이 넘기는 방식은 한계도 있다. 특정 표적이나 기술 사용 권한을 파트너사에 넓게 줄수록 리가켐바이오가 나중에 직접 개발할 수 있는 후보물질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가켐바이오는 단순 플랫폼 기술수출보다 초기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묶어 계약 가치를 높이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초기 후보물질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신약 자산을 말한다. 플랫폼만 이전하는 것보다 후보물질까지 함께 제시하면 파트너사는 개발 방향을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리가켐바이오도 더 높은 계약 가치를 인정받을 여지가 생긴다.
박 사장이 구체화해야 할 방향도 여기에 있다.
박 사장은 리가켐바이오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명이다. 최고재무책임자와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회사의 재무와 사업전략을 이끌어왔다. 4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에는 기존 기술수출 성과를 반복하는 것을 넘어 계약 방식과 수익 구조를 넓히는 일이 중요해졌다.
최근 파트너사 소티오바이오텍이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물질이 희귀의약품에 지정된 일은 박 사장 체제에서 중요도가 커지는 사업 다변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
▲ 리가켐바이오가 하반기 기술수출 및 공동개발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리가켐바이오 전경. <리가켐바이오>
소티오바이오텍은 유럽에 기반을 둔 신약개발사로 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와는 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 개발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리가켐바이오의 콘쥬올 플랫폼을 적용한 골육종 치료제 후보물질 SOT106을 개발하고 있다.
소티오바이오텍은 최근 SOT106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환자 수가 적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개발을 돕기 위한 제도다.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개발 과정에서 수수료 감면, 임상개발 지원, 허가 뒤 일정 기간 시장 독점권 등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SOT106은 리가켐바이오가 직접 개발하는 후보물질은 아니다. 하지만 리가켐바이오가 기술수출한 콘쥬올 플랫폼이 파트너사 후보물질에 적용돼 규제 단계 진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반기 임상 데이터 공개 가능성도 기술수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임상 데이터는 사람을 대상으로 후보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다. 좋은 데이터가 나와야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에서 후보물질의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리가켐바이오가 미국 바이오기업 넥스트큐어에 기술수출한 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 LNCB74의 결과가 2026년 하반기 학회에서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고 있다. LNCB74는 여러 고형암을 겨냥한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영국 바이오기업 익수다테라퓨틱스와 개발하는 HER2 표적 후보물질 LCB14는 12월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중간 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익수다테라퓨틱스와 개발하는 CD19 표적 후보물질 LCB73과 중국 씨스톤에 기술수출한 ROR1 표적 후보물질 LCB71도 12월 미국혈액학회에서 결과가 업데이트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들 결과가 이어지면 리가켐바이오의 콘쥬올 플랫폼이 미국, 영국, 중국 파트너사의 여러 후보물질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29일 리포트에서 “리가켐바이오의 콘쥬올 플랫폼은 기술수출 계약과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임상 업데이트를 통해 기술 수출 가능성과 파이프라인 가치 재평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