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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급 불안에 AI 투자 지연 가능성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장세 꺾일라 '노심초사'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6-03-31 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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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급 불안에 AI 투자 지연 가능성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장세 꺾일라 '노심초사'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동 전쟁 장기화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경기침체에 따른 AI 투자 지연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반도체 산업이 중동 사태 장기화에 핵심 소재 수급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전쟁에 따른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가 빠져들면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연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높은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이나 호주 등으로 반도체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빅테크와 3~5년 수준의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경기 사이클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3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전쟁을 포함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반도체 핵심 소재인 헬륨 가격은 50%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 웨이퍼를 냉각하는 데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헬륨은 국내 수입량의 64.7%(2025년 기준)가 이란 주변국인 카타르에서 생산된다. 카타르는 세계 헬륨 생산 능력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이란이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을 공격해 세계 최대 헬륨 생산 라인의 가동이 멈췄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은 헬륨 수입의 약 65%를 카타르에서 조달하고 있어 헬륨 공급 부족에 가장 취약한 나라 가운데 하나"라며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헬륨 현물 가격이 최대 20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용 가스 공급업체 에어리퀴드의 프랑수아 자코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카타르에서 헬륨 생산이 4~8주 더 중단될 경우 공급 부족이 심화돼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제한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는 향후 12개월 내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48.6%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에서는 경기침체 확률이 36%로 상승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최근 경기침체 가능성을 30%으로 높여잡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25달러 수준에 근접하면 미국 경제가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수급 불안에 AI 투자 지연 가능성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장세 꺾일라 '노심초사'
▲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구에 위치한 석유 저장고에서 지난 14일 이란의 드론 공격에 따른 화재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는 실물 경기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이클 산업인 만큼 경기침체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는 반도체 수요에 직격탄이 될 공산이 크다. 유가 상승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운영 마진을 떨어트려, 반도체 구입을 포함한 추가 AI 인프라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3~5배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데이터센터용 전력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사지 디 애틀랜틱은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충격은 피할 수 없으며, 이는 AI 인프라 구축을 멈춰 세울 수 있다"며 "막대한 빚을 내 무리하게 경쟁하는 기술 기업에 치명적"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선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냉각에 필수적인 '헬륨'과 반도체 회로 식각에 사용되는 '브롬'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소재는 미국과 호주, 인도 등으로 공급선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은 "헬륨은 단기적으로 수급에 문제가 없으며, 기업들이 조달 경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빅테크와 3~5년 수준의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TA를 맺으면 향후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더라도, 고정적 판매처를 확보함으로써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고객사들과 공급 계약을 현재의 연 단위, 분기 단위에서 3~5년의 다년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을 확보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5일 주주총회에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장기적이고 전략적 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과 경쟁하고 구조적 수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한 단계 강화된 재무건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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