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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압력 속 구글의 한국 고정밀 지도 반출 승인되나, 데이터주권·플랫폼 종속에 200조 경제손실 우려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6-02-26 15: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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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압력 속 구글의 한국 고정밀 지도 반출 승인되나, 데이터주권·플랫폼 종속에 200조 경제손실 우려
▲ 정부가 27일 구글의 세 번째 ‘1대 5천 고정밀 한국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승인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구글의 국내 위치정보 서버 설치 불가 입장, 데이터 주권 문제가 승인 여부를 가를 핵심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구글 본사. <위키백과>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의 세 번째 ‘1대 5천 고정밀 한국 지도’ 국외 반출 신청을 정부가 수용할지 주목된다.

구글은 안보시설 가림 처리 등 정부 요구사항을 이행했다고 밝혔지만, 국내 위치정보 데이터센터 미설치와 데이터 주권, 플랫폼 산업 종속 우려가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반출이 허용될 경우 플랫폼 종속 심화와 로열티 유출 등으로 2035년까지 최대 19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정보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오는 27일 측량성과국외반출협의체를 열고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구글은 그동안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앞선 2007년과 2016년 구글의 두 차례 요청은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정부가 제시한 보완 요구사항을 구글이 상당 부분 이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정부가 요구한 국내 안보시설 가림 처리, 정밀 좌표 노출 제한 등을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필요할 경우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가림 처리된 이미지를 구매해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해 형식적으로는 정부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한 셈이다.

지도 반출 문제와 맞물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지도 반출 불허를 디지털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미국과의 외교·통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승인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건부 반출’이라는 절충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구글이 길찾기 서비스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 주소 정보와 차선 정보 등 일부 데이터만 우선 제공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고정밀 지도의 핵심 데이터가 사실상 주소와 차선 정보로 구성돼 있는 만큼, 이를 내주는 것은 결국 지도 전체를 제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구글 등 미 빅테크 기업에 한국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넘어가면, 내 위치 기반 서비스 플랫폼의 종속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이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축적해온 맛집, 택시, 배달, 쇼핑 등 다양한 플랫폼 생태계가 구글 등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은 지도 반출의 필요성으로 해마다 1천만 명 이상 외국인이 방문하는 한국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의 길찾기 기능이 고정밀 지도 미비로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왔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확보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경우, 외국인 이용자 수요는 물론 국내 이용자까지 흡수하며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공간정보학회는 올해 2월 학술행사에서 고정밀 지도가 국외로 반출될 경우 지도, 디지털 플랫폼, 모빌리티, 건설, 관광, 물류, 유통, 소매 등 연관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150조6800억 원~197조38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압력 속 구글의 한국 고정밀 지도 반출 승인되나, 데이터주권·플랫폼 종속에 200조 경제손실 우려
▲ 구글에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플랫폼 종속과 로열티 유출이 심화돼 2035년까지 최대 19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분석 결과. <대한공간정보학회>
일각에선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대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리 정보를 수집·표시해 의미 있는 지도를 만드는 작업인 매핑 제작을 담당하는 중소 기업들이 구글의 시장 잠식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글 지도가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장할 경우 중소 기업들은 구글의 지도 API에 의존하며 고액의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구글 플랫폼 내 광고비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2월 학술행사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국내 산업 영향은 주로 공간정보와 지도부문, 플랫폼 부문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구조적이고 비가역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 기준 비용의 상당 부분은 산업 피해와 로열티 유출이 차지하며, 이는 국내 산업 위축과 해외로의 자본 누수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구글이 거부한 국내 위치정보 서버 설치 불가 입장을 근거로 이번에도 지도 반출 요청을 불허할 가능성도 나온다.

구글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정부 요구에 "세계에 분산된 자체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겠다"며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구글 입장은 국내법 테두리 안에서 행정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준수해온 다른 해외 기업들과 형평성 문제도 초래한다”며 “만약 구글에만 예외적 허용이 이뤄질 경우 기존 국내 투자한 외국계 기업들이 역차별을 이유로 철수를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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