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은행이 해외법인 실적에서 경쟁은행과 격차를 크게 벌리며 독보적 1위 자리를 굳혔다. 해외법인 성과가 남다른 만큼 국내 사업 실적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 올해 3분기에 내어준 ‘리딩뱅크’를 되찾을 수 있다.
| ▲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독보적 해외법인 실적을 바탕으로 리딩뱅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신한은행> |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지난해 6년 만 탈환에 성공한 리딩뱅크를 올해 지켜낸다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공시를 종합하면 해외법인 실적에서 신한은행이 초격차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해외법인 10곳에서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4605억 원을 거뒀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해외법인 총 27곳에서 낸 합산 순이익 2749억 원도 훌쩍 넘는다.
사실상 신한은행의 독주다.
그동안 신한은행을 추격하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해외법인 실적은 모두 뒷걸음질 쳤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했으나 아직 신한은행과 거리는 상당하다.
리딩뱅크 경쟁을 이끄는 정 행장 관점에서는 강력한 무기를 하나 쥐고 있는 셈이다.
해외법인 성과는 국내 리딩뱅크 경쟁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해외법인에서 내는 이익이 결국 은행 전체 실적에 포함돼서다.
다만 신한은행은 해외법인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리딩뱅크 경쟁에선 그렇지 못하다.
신한은행은 순이익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선두를 달리다 3분기 들어 KB국민은행에 뒤쳐졌다.
신한은행은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기준) 3조3561억 원을 냈다. KB국민은행은 이보다 84억 원 많은 3조3645억 원을 거뒀다.
국내 사업 실적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해외법인 부문을 상쇄하고도 남은 것이다.
물론 전체 실적 차이는 크지 않아 4분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 ▲ 신한은행이 리딩뱅크를 지켜내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비즈니스포스트> |
해외법인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정 행장이 올해 남은 기간 국내 사업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행장으로서는 올해 실적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정 행장에게 두터운 신임을 보낸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앞서 9월 말 차기 대표이사 회장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12월 초 최종후보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 회장은 2024년 말 인사에서 정 행장에게 2년 임기를 추가로 부여했다. 연임 때 1년씩 임기를 연장하는 관례를 깨고 신뢰를 보낸 것이다.
당시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정 행장이) 견조한 자산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대 및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다”며 “안정적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면서 조직을 쇄신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는 정 행장이 진 회장에게 힘을 더해줘야 하는 시점이다.
정 행장이 국내외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낸다면 진 회장의 연임 명분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 실적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게다가 신한카드가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가운데 업계 1위를 노릴 수 있는 유일한 계열사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정 행장이 이끌어낸 성과다.
정 행장과 진 회장은 그룹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만나기 이전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정 행장은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일한 첫 해에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 뒤에는 은행의 경영전략과 재무계획 수립 및 실행을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장 부행장에 올라 진 회장과 일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