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7-30 17: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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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몸치료제 ‘이가탄’과 변비치료제 ‘메이킨’으로 잘 알려진 전통 제약사 명인제약이 세 번째로 상장에 도전한다. 사진은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잇몸치료제 ‘이가탄’과 변비치료제 ‘메이킨’으로 잘 알려진 전통 제약사 명인제약이 세 번째로 상장에 도전한다.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이 탄탄한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을 두고 ‘승계용 기업공개(IPO)’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모가 산정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30일 명인제약 안팎을 종합하면 명인제약의 상장을 두고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갑다.
명인제약은 이미 안정적인 실적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회사다. 굳이 외부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회사는 2024년 말 기준 약 26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8.5%로 낮다.
광고선전비로 매년 수백 억 원(2023년 277억 원, 2024년 311억 원)을 지출하고도 영업이익률은 2024년 기준 34.4%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개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258억 원, 2423억 원, 2694억 원, 영업이익은 759억 원, 836억 원, 927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창업주 이행명 회장이 1949년생으로 고령이라는 점까지 맞물리면서, 상장이 승계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한 민주당이 할 일 기업편’ 세미나에서 “명인제약은 40년 동안 비상장사로 운영하다가 승계를 할 때가 되니 상장을 추진한다”며 “비상장사는 자산과 수익을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증여세를 내는데, 상장사는 주가로 평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와서라도 상장을 해서 주가를 누르고 상증세를 납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명인제약이 공모 과정에서 일부러 기업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이 줄어들고, 제약업종 특성상 보수적인 가치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명인제약 측은 상장은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1위 중추신경계(CNS) 제약사지만, 매출이 대부분 내수에 치우쳐 있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공신력 확보를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해외 파트너와 계약을 논의할 때 상장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 명인제약은 매출이 대부분 내수에 치우쳐 있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고 설명한다.
명인제약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명인제약은 2008년 상장을 추진하다가 무산됐고 2019년에도 주관사까지 선정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사업 계획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신고서에는 공모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 목적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이번에는 예비상장심사청구서까지 제출한 만큼, 관련 준비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승계 목적’이라는 일각의 의혹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이 지점에서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대한 많은 공모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유리하다”며 “공모가를 일부러 낮추고 주가를 누를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팔아 증여세를 마련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현재 이행명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95.3%로 매우 높다.
공모 밴드는 상장 심사 승인 이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명인제약의 적정 기업가치를 가늠할 기준 중 하나로 2023년 주당 5만 원 평가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2023년 1주당 5만 원으로 평가된 적 있다. 이행명 회장은 ‘명인다문화장학재단’ 출범 과정에서 350억 원(현금 100억 원, 명인제약 비상장주식 50만 주, 약 250억 원)을 출연했다. 해당 주당 평가액이 향후 상장 후 기업가치 형성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인제약은 4월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신청하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구주매출 없이 신주 340만 주 공모예정이다. 상장사는 KB증권이며 상장하면 총 주식수는 기존 1120만주에서 1460만 주로 늘어난다. 오너 일가 지분율은 95.3%에서 73.1%로 낮아지게 된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