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은 "철강 산업은 더 이상 기존 방식의 연장선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4년 '동국제강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는 최 대표의 모습. <동국제강> |
[씨저널] 동국제강은 고로가 없이 전기로만으로 철강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지금까지는 전기로가 고로에 비해 고품질 철강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저탄소 제강’이 강조되면서 전기로가 오히려 동국제강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철강 산업은 탄소 배출량 비중의 17.6%를 차지하는 대표적 탄소 집약 산업이다. 고로 방식은 철근 1톤을 생산할 때 2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동국제강 전기로는 같은 양의 철근을 생산할 때 0.38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동국제강이 탄소 저감을 추진하는 방향은 업계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고로가 중심인 포스코와 전기로가 31%를 차지하는 현대제철은 수소환원제철소 도입에 더욱 집중하는 반면 동국제강은 전기로 기술의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은 6월30일 발표된 ‘2025 동국제강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철강 산업은 더 이상 기존 방식의 연장선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전기로의 강점을 살린 지속가능한 철강 기술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 저감을 위한 하이퍼 전기로 기술 개발, 폐열 발전을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친환경 인증 확대 등 철강 산업 전환기에 핵심이 되는 과제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국제강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하이퍼 전기로 기술은 에너지 효율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 전기로보다 고철을 용해하는 시간을 단축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동국제강은 2023년부터 하이퍼 전기로 기술 개발을 추진해 올해까지 현장 테스트와 실증을 거쳐 2026년부터 기술 표준으로 삼는 목표를 세웠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전기로의 탄소 저감 기술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며 “전기로의 진보와 수소환원제철소 추진이 합쳐져야 철강업계의 저탄소 기술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기로를 사용한다고 해서 바로 ‘탈탄소’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는 생산 방식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인지 아닌지가 크게 갈리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에도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 발전’을 통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한쪽에서는 동국제강이 친환경 기술 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동국제강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국제강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31%로 경쟁 기업보다 낮은 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1.05%, 1.1%를 차지한다.
이마저도 환경 관련 투자액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환경 관련 투자는 2022년 138억 원이었는데 2023년 120억 원, 2024년 38억 원을 기록했다.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환경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환경 관련 투자액 감소에 대해 “업황이 급격히 악화돼 필수적 투자만 진행하느라 보류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동국제강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수준보다 10%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배출을 0%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하이퍼 전기로 개발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