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가 현재 추진 중인 구조조정을 발판 삼아 면세업계 ‘톱3’ 진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박장서 대표이사.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면세점을 운영하는 현대디에프가 시내면세점 구조조정 효과를 하반기에 보면서 올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내수 경기 회복 등 면세 업황에 긍정적 신호가 예상되면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현대면세점은 이들보다 적은 금액으로 공항 면세사업권을 획득해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면세점은 2018년 면세사업에 뛰어든 업계 후발주자로 업계 4위에 자리하고 있다.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가 시내면세점 구조조정을 발판 삼아 면세점업계 톱3에 진입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일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디에프는 올해 2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세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철수로 2분기 일회성 비용 약 30억 원이 반영됐지만 공항점 매출 증가 등으로 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1분기에 이어 크게 개선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 일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영업성과는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표는 지난 4월부터 시내면세점 운영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7월 말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은 기존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디에프는 그동안 시내면세점 2곳, 공항면세점 2곳 등 모두 4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해왔다. 그렇지만 시내면세점에서 손실이 지속되자 무역센터점과 인천공항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경영 결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디에프는 2023년 3분기 영업이익 10억 원을 냈던 것을 제외하면 6년여 기간 동안 매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디에프 시내면세점 영업적자는 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동대문점 철수로 손실이 줄어들면서 증권가에선 현대디에프가 올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디에프의 올해 연간 실적을 놓고 대신증권은 영업이익 60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4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고 불리던 국내 면세업계는 최근 수 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9년 약 25조 원에 이르렀던 국내 면세산업 규모는 이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약 15조5천억 원으로 40%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중국인들의 방한 형태가 패키지에서 개별여행으로 바뀌고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방문하는 소비 추세가 자리잡으면서 2023년 면세산업 규모는 13조8천억 원으로 더욱 뒷걸음쳤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말 현대백화점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디에프 수장에 올랐다. 1992년 신라면세점에 입사해 HDC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을 거치며 상품기획(MD), 영업부문 등 33년 동안 면세업계에 몸담았다.
박 대표는 동대문점 철수를 결정한 뒤 기존 무역점의 저효율 MD를 축소하고 대문점의 K-뷰티, 패션, 등 고효율 MD를 이전하며 무역센터점 MD를 강화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천공항점 MD 보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공항점에 생로랑과 발렌시아가를 입점시키며 기존에 있던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에 더해 26개 브랜드를 유치했다.
이에 올해 1분기 현대면세점 공항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악화일로를 걷던 국내 면세업계에 모처럼 긍정적 이벤트가 예고됐다. 정부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면제를 올 3분기 중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최근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관광객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월 인바운드는 전년 동월보다 1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월과 비교한 회복률은 104.4%를 보였다.
업계에선 이런 가운데 3분기 정부의 중국인 단체 관광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면세점 업황이 살아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대상 프로모션과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무역센터점의 입지를 고려해 중국 비즈니스 단체관광객(MICE) 유치와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 관광 관련 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 <현대디에프> |
이재명 정부가 13조2천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추진하는 등 소비진작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유정현 연구원은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와 국내 내수 경기 회복 흐름은 현대면세점 사업구조상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디에프는 2018년 11월 서울 무역센터점을 열며 면세사업에 뛰어든 업계 후발주자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면세업계 빅4’로 분류된다.
현대면세점이 공항점 실적을 개선하는 가운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임대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박 대표가 업계에서 위상을 높일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2023년부터 기존 고정 임차료에서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1구역, 신세계면세점은 2구역 면세사업권 입찰에 각각 여객수 1인당 최저수용액보다 60% 이상 많은 8987원, 9020원을 제시했다. 월간 300만 명을 넘나드는 인천공항 이용객수를 고려하면 연간 임대료는 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현대면세점은 최저수용액이 1056원인 5구역 입찰에 5%만 더한 1109원을 써내 사업을 따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수차례 임차료 인하 협상 끝에 인천지방법원에 임대료 40%를 인하해 달라는 조정신청을 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다른 사업자와 형평성 문제 등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다음 조정 기일은 8월14일로 정해졌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불출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디에프 관계자는 “현대면세점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의 지속적 유치는 물론, 국내외 마케팅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