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가 이끄는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 후보군으로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나왔던 유력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오아시스의 낮은 인지도를 높이고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오아시스는 사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가운데 덩치로 보자면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다. 2024년 기준으로 오아시스가 낸 매출은 5171억 원이다. 쿠팡과 이마트, 컬리와 같은 주된 기업과 비교해 매출 규모가 턱없이 적다.
하지만 티몬을 인수한다면 상황을 반전할 수 있다는 것이 안 대표의 의중으로 여겨졌다. 오아시스가 확보하고 있는 회원 수는 3월 기준 200만 명인데 이는 다른 플랫폼의 충성고객 수와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안 대표가 새벽배송 재개와 판매자 모집에 힘쓰는 것은 과거 티몬이 확보했던 400만 명 이상의 월간사용자수 가운데 일부를 확보해 오아시스와 티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사실 안 대표에게는 티몬의 성공적 부활이 매우 중요한 과제나 다름없다.
안 대표는 2022년 1월 오아시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오아시스를 이끈 지 4년차가 된 셈인데 1월 닭가슴살 브랜드 ‘아임닭’을 보유한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을 50억 원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굵직한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작품은 아직 없다.
2023년 2월 당차게 도전했던 기업공개에 실패한 것을 감안하면 그의 역량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도 적지 않다.
▲ 오아시스는 매년 흑자를 내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이지만 티몬은 여태껏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안 대표가 오아시스를 통해 티몬을 인수한 것은 사실상 승부수를 띄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아시스는 직매입으로 신선식품을 자체 배송하는 사업을 기본으로 하지만 티몬은 판매자들이 직접 상품을 올린 것에 기반해 수수료를 수취하는 오픈마켓 사업을 기반으로 한다. 두 플랫폼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차원에서 안 대표의 티몬 인수 결정을 놓고 ‘자충수’ 내지는 ‘무리수’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안 대표가 티몬을 인수하기 위해 무리한 수준의 자금을 조달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아시스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분기 말 기준 1500억 원이 넘는다. 티몬 인수에 쓴 자금 약 18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자칫 영업이익 흑자를 한 차례도 내지 못했던 티몬의 전철에 빠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많다. 티몬은 회사가 설립된 201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낸 누적 영업손실만 7268억 원이며 2022년에는 이미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386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안 대표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티몬을 인수하면 고객층이 넓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외형 확대로 기업공개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에 좀 더 시선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티몬의 기존 고객이 모두 오아시스로 넘어간다고 장담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의구심은 여전한 상황이다.
안 대표에게는 이런저런 이유로 티몬의 성공적 부활이 매우 도전적인 과제와 다름없는 셈이다. 안 대표가 오아시스와 티몬의 성공적 결합에 성과를 낸다면 오아시스는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11번가 등의 뒤를 이어 이커머스 플랫폼 사용자 수 기준 5위 플랫폼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