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플랫폼·배터리로 KG모빌리티 전기차 만들겠다는 곽재선, 과거 중국 악연 끊고 성공할까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2024-10-31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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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회사의 전동화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BYD·체리자동차 등 중국 기업과 폭넓은 협력관계를 멪고 있다. 사진은 체리자동차의 'T2X 플랫폼'으로 개발된 티고9. <체리자동차>
[비즈니스포스트] 곽재선 KG모빌리티(이하 KGM) 대표이사 회장이 차기 전기차 시장에서 BYD·체리자동차 등 중국 기업와 협력을 넓히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KGM은 수 조원이 들어가는 전기차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체리자동차의 전기차 플랫폼을 가져다 쓰고,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차기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KG모빌리티의 전신인 쌍용자동차 시절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회사를 인수한 뒤, 기술개발 등에 적극적 투자 없이 기술만 빼갔다는 '먹튀'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회사가 다시 중국과 협력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1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KGM은 전동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관계를 대폭 넓히고 있다.
KGM은 앞서 중국 체리자동차와 ‘전략적 파트너십 및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지난 21일 체결했다. 체리자동차는 중국 자동차 수출 1위 기업으로, 2023년 188만 대(수출 93만7천 대)를 판매했다.
이번 협약으로 KGM은 체리자동차의 전기차용 ‘T2X 플랫폼’을 최소 8년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T2X 플랫폼은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모두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KG모빌리티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개발에 나선다.
체리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준대형·중형 전기 SUV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위한 다양한 전기차 모델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KGM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배터리 2위 기업인 BYD(비야디)와도 손잡았다. KGM은 자사 첫 전기차인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에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 2023년 11월2일 KG모빌리티는 중국 BYD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팩 한국 합작공장 설립 협약'과 함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오른쪽)과 왕찬푸 BYD 회장이 협약 체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KG모빌리티 >
또 지난해 말에는 BYD와 배터리팩 패키징 합장공장을 설립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는 합작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팩을 향후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KGM의 전신인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지만, 기술 유출 논란과 경영악화에 시달렸다. 쌍용차는 로디우스, 액티언, 카이런 등 당시 주력 SUV 모델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또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약속한 1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행하지 않았고, 신차 개발을 소홀히 한 결과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결국 상하이차는 2009년 쌍용차 경영에서 손을 뗐고,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KGM이 전기차 핵심 플랫폼과 배터리를 모두 중국 업체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번 중국 협력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과거 상하이차 사태는 파트너십이 아닌 지배구조 변화를 동반하는 기업 인수 형태였고, 기술 유출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번 체리차·BYD 협력은 ‘전략적 파트너십’ 형태이기 때문에 성격이 아예 다르다고 밝혔다.
또 특히 체리차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 체결은 플랫폼을 빌려 쓰는 것일뿐, 자사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없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회사 측은 또 중국의 전기차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중국 기술을 배워야 할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를 비롯해 르노코리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이미 중국 자동차 플랫폼과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쓰고 있다는 부연했다.
현실적으로도 KGM 입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KGM은 자체 전기차 플랫폼이 없어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지만, 플랫폼 개발에는 수 조 원의 비용은 들어간다.
▲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경우 자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약 3조 원을 투입했다.
KGM 연구개발비는 △2021년 1302억1900만 원 △2022년 1561억300만 원 △2023년 1788억2300만 원으로 3년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자체 플랫폼 개발에 투입할만한 자금 여력이 없다.
또 회사가 앞으로 출시할 신차 가운데 전기차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을 제외하면 준중형 SUV 'KR10'뿐인데, 이마저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출시된다. 따라서 당분간은 최근 출시한 액티언, 기존 토레스 등으로 버텨야 한다. 신차 출시가 급한데, 자체 플랫폼 개발에 투입할 시간적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산 플랫폼을 쓴다고 해서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란 인식은 기우일 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 르노코리아는 중국 지리그룹 산하 볼보자동차의 CMA 플랫폼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를 최근 국내 출시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최근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건까지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게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BYD 배터리는 내구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고, BYD 배터리가 탑재된 토레스 EVX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새로운 (중국) 기술을 투입해 신차를 개발, 경쟁력 있는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