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진출로 내년 공급과잉 전망, SK하이닉스 '가격 프리미엄' 사라지나

▲ 삼성전자가 6세대 HBM4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HBM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2026년 HBM 시장에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3E에서 시장 점유율 70% 가량의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유지하며 엔비디아를 상대로도 가격 결정권을 확보해왔는데, 내년 HBM4로 넘어가면 이같은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HBM4에서도 70%의 높은 점유율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경쟁 우위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2026년 HBM 평균판매단가(ASP)가 올해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HBM3E 가격은 올해보다 30% 하락하고, HBM4 가격 프리미엄도 이전 세대의 45%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2026년 HBM 평균 가격이 올해보다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잇달아 내년 HBM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LS증권은 2026년 HBM 가격이 올해보다 5%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최근 대신증권은 올해 대비 6% 하락으로 전망을 변경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 진입에 성공한다면 HBM 시장은 공급과잉 우려가 확대될 것”이라며 “맞춤형 AI 반도체(ASIC)의 성장이 일부 HBM 수요 증가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와 같은 공급 부족 상황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년부터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삼성전자의 HBM4가 탑재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부터 1c(6세대) D램 공정을 활용하는데, 최근 1c 공정의 수율(완성품 비율)은 50% 수준까지 개선된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 1c 공정 수율은 10% 수준이었다.

홍콩 증권사 CLSA 측은 “삼성전자의 1c 공정 코어 회로 재설계가 수율 향상에 주효했다”며 “곧 1c D램 양산을 위한 대규모 자본 지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HBM4 샘플을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제조사에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1c D램 공정 제품의 수율이 상당 부분 개선됐고, HBM4 품질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HBM의 후공정 수율도 상당히 개선됐기 때문에, 그동안 삼성전자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해결될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HBM4 진출로 내년 공급과잉 전망, SK하이닉스 '가격 프리미엄' 사라지나

▲ 내년 세계 HBM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평균판매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존 SK하이닉스의 압도적 HMB 시장 지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HBM4 시장 진입은 곧 SK하이닉스가 HBM3E에서 받던 가격 프리미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HBM 가격 협상 결정권이 공급자인 SK하이닉스에서 수요자인 엔비디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3E 12단 제품을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공급하면서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12단 제품의 가격은 8단 대비 50~60%나 비쌌던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가 2024년 3분기부터 매분기마다 40%대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HBM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까지 HBM 생산 확대에 나선다면 4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선 HBM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해도 SK하이닉스의 HBM 경쟁 우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공급 과잉 상태로까진 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수율 확보 등 HBM 생산에서 SK하이닉스가 확보하고 있는 노하우가 HBM4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HBM3E와 같은 1b(5세대) D램 공정과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방식의 후공정(패키징)을 그대로 적용하며 초기 수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이어온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HBM 물량을 배정하는 것이 공급망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HBM4 샘플 공급과 품질 인증 프로세서에서도 SK하이닉스가 경쟁사 대비 훨씬 앞서 있어, 초기 HBM4 물량을 상당 부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HBM4를 독점 공급하고, 내년 엔비디아 HBM4 공급망에서도 7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