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후보자가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오르면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과 WM·SME부문장은 공석이 된다.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과 김성현 CIB마켓부문장도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만큼 새 회장 취임과 함께 부문장 체제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 ▲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 겸 WM·SME부문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되면서 연말 KB금융 조직개편에서 지주 부문장 체제가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 KB금융 >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금융지주 부문장 자리는 향후 회장 후보가 되기 위해 그룹 전반의 경영을 익히는, 사실상 그룹 부회장직으로 평가된다.
이재근 후보자 역시 KB국민은행장 이후 2년 간의 부문장 생활을 거쳐 최근 회장 최종 후보에 올랐다.
KB금융에는 현재 이재근 후보자와 이창권 부문장과 김성현 부문장 등 3명의 부문장이 있다. 이재근 후보자의 깜짝 발탁으로 KB금융지주 부문장도 변화가 불피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에 날을 세우고 있는 만큼 이재근 후보자를 비롯한 KB금융 내부에서도 지주 부문장을 두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는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된 뒤인 14일 진행한 약식 간담회에서 “KB금융은 큰 조직이기 때문에 회장에 힘이 집중되기보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 조금 더 분권화된 조직을 지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그룹 차원의 전략사업 콘트롤타워를 강화하고 차기 리더군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이재근 후보자가 지주 부문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근 후보자는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과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 등 거대한 변화에 그룹 차원의 대응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KB금융이 양종희 회장 취임 첫 해에 부회장직을 폐지했다가 1년 만인 2024년 말 지주 부문장 직제를 신설할 때 내놓은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KB금융은 당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를 각각 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 디지털·IT부문장으로 임명하면서 그룹 전략상 중요한 사업부문에서 지주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말 조직개편에서는 지주 자산관리(WM)·중소기업(SME)부문과 CIB마켓부문을 추가로 신설했다. 이후 김성현 KB증권 기업금융(IB)부문 대표를 CIB마켓부문장으로 배치하면서 지주 부문장도 3명으로 늘렸다.
KB금융이 이재근 시대에서도 부문장을 유지한다면 우선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과 김성현 CIB마켓부문장의 거취가 관심사로 꼽힌다.
이창권 부문장은 1965년생으로 이재근 후보자보다 1살이 많다. KB금융지주 전략총괄(CSO), 글로벌전략총괄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22년에는 KB국민카드 대표에 올랐다. 2025년부터 이재근 후보자와 나란히 지주 부문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는 기존 디지털·IT부문이 미래전략부문으로 확대되면서 그룹 전략과 시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데이터, 디지털혁신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맡았다.
이창권 부문장은 올해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내부 1차 솟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내부 후보는 양종희 회장과 이재근·이창권 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 4명이었다.
금융업계에서는 KB금융이 양종희 회장의 연임을 선택했다면 이창권 부문장이 이재근 후보자와 다음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재근 후보자가 깜짝 발탁되면서 이창권 부문장은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김성현 CIB마켓부문장은 2025년 말 KB증권 대표에서 지주로 이동해 올해 부문장 임기 첫 해를 지냈다.
김성현 부문장이 맡고 있는 CIB마켓부문은 KB금융이 자본시장 경쟁력과 생산적금융으로 전환을 강화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조직이다. 김성현 부문장은 2025년 9월 출범한 KB금융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 의장도 맡고 있다.
김성현 부문장은 1988년 대신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40년 가까이 기업·투자금융시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생산적금융과 자본시장 강화는 이재근 후보자 역시 차기 성장전략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김성현 부문장의 역할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부문장이 다음 회장 후보 육성을 위한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KB금융은 이재근 후보자 선택 이유로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김성현 부문장은 1963년생으로 1966년생인 이재근 후보자보다 3살 많다. 올해 회장 1차 숏리스트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KB금융이 지주 부문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선임한다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재근·이창권·김성현 부문장 모두 주요 계열사 대표를 거쳐 지주 부문장을 맡았다. KB금융은 과거 윤종규 회장시절에도 부회장은 계열사 대표 출신이 역임했다.
마침 올해 말에는 KB금융 계열사 대표 10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를 비롯해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 등이 첫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도 3년 임기를 채웠다.
이 가운데 이환주 KB국민은행장(1964년생)은 이번 회장 선임과정에서 현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내부 1차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KB국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KB라이프생명 대표, KB국민은행장을 맡아 지주와 은행, 보험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1968년생)도 KB국민은행 부행장과 KB금융지주 CFO 등을 거친 그룹 재무라인 인사다. 이 후보자 역시 은행과 지주의 CFO를 지낸 만큼 경력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재근 후보자가 지주 부문장 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종희 회장도 취임 첫 해인 2023년 12월 연말 인사에서 지주 부회장직을 폐지했다. 당시 KB금융은 지주 부회장 3명이 10개의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부회장 제도를 금융지주의 경영승계 방식이 폐쇄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KB금융은 3년 만에 부회장직을 없앴다.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임원회의에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연말 자회사 CEO 인사를 압박했지만 이를 통해 지주 지배구조 전반의 투명성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올해 1월부터 운영해온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금융사 CEO 선임이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다양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금융사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승계 절차를 운영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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