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회계연도 3분기 누적(2025년 10월∼2026년 6월) 매출은 36억1120만 유로(약 5조8328억 원)로 1년 전보다 0.5% 증가했다. 다만 조정 상각전영업이익은 5억7730만 유로(약 9328억 원)로 9.0% 감소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소비 부진과 가격 경쟁이 수익성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더르 판데르란 더글라스 최고경영자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의 지갑 점유율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며 “차별화와 가격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상품 구성의 독점성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K뷰티 상품군은 더글라스가 추진하는 상품 차별화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글라스가 수많은 한국 브랜드를 각각 발굴해 계약하고 상품을 조달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실리콘투는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직접 매입해 현지 수요 선별부터 유럽 화장품 인증과 통관, 재고 보유와 보충 납품까지 수행한다. 더글라스가 실리콘투를 K뷰티 통합 공급창구로 활용하면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도입하고 판매 반응에 맞춰 상품 구성을 바꾸기 수월해질 수 있다.
실리콘투는 유럽 물동량 증가에 대응해 폴란드 창고를 기존 1만3223㎡(약 4천 평)에서 1만9835㎡(약 6천 평)로 확장했다.
자체 K뷰티 편집숍 ‘모이다’를 통해서는 현지 판매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실리콘투는 15일 포르투에 모이다 1호점을 열었으며 22일 리스본에 2호점을 개장한다. 실리콘투에 따르면 포르투 매장에서 미니·여행용 상품과 헤어·두피 관리제품 등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
모이다가 상품 수요를 직접 시험하는 채널이라면 더글라스는 검증된 상품을 여러 국가로 확산할 수 있는 유통망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모이다에서 쌓은 판매자료는 더글라스에 입점 상품을 제안할 때 현지 수요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유럽이 이미 실리콘투의 최대 성장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더글라스와의 거래는 유럽 사업의 확장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개별 국가 중심의 진출을 여러 국가를 아우르는 권역 단위로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투의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 매출은 249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8.7%, 영국 매출은 688억 원으로 121.6% 증가했다. 두 지역의 합산 매출은 318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2.5%를 차지했다.
실리콘투는 18일 CVC캐피탈파트너스의 투자목적법인 ‘스타링크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3천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CVC캐피탈파트너스는 상환전환주식 인수를 통해 실리콘투 지분 9.23%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CVC캐피탈파트너스의 투자가 더글라스와의 공급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글라스는 독일 증시에 상장된 기업으로 상품 도입과 거래조건은 경영진과 구매조직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대형 유통사와 거래하면 판매량뿐 아니라 재고와 매출채권, 판촉비와 반품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가격 경쟁을 강화하고 있는 더글라스가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투자는 단순한 유동성 확보가 아니라 CVC캐피탈파트너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장기 파트너십 및 사업 시너지 확보가 목적”이라며 “지분 희석 부담보다 더글라스와의 직접 거래 가능성과 유럽 시장 선점의 전략적 가치가 더 크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