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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희귀광물 공급망 '신경전'에 한국은 낀 신세, 원가 상승과 수출장벽 커지는 우려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6-07-16 14: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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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희귀광물 공급망 '신경전'에 한국은 낀 신세, 원가 상승과 수출장벽 커지는 우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6월15일 베이징 중난하이 지도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산책 중에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희토류와 희귀 광물 수출 통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광물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공급망 선택을 요구받는 ‘샌드위치 구조’ 속에 놓이며 광물 원가 상승과 수출 장벽을 마주할 가능성이 나온다. 

◆ 중국 희토류 넘어 희귀 광물 무기화, 지정학적 협상력 강화 전략

1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희토류와 희귀 광물에 수출 허가제를 도입해 공급량과 공급 대상을 관리하면서 세계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구조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23년 8월 갈륨과 게르마늄 등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 조치를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배터리 음극재 소재인 흑연에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그 뒤 지난해 2월4일에는 텅스텐과 텔루륨을 비롯한 5종을,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안티모니를 수출 허가제 대상에 추가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고성능 반도체와 레이더 및 열화상 카메라 등에 쓰이는 소재이다. 텅스텐과 텔루륨은 각각 탄약과 태양전지, 축전기 제조 등에 활용된다. 

안티모니도 불에 쉽게 타지 않는 성질에 힘입어 방산 전자장비나 방호 합금 등 군수 물품에 필수 소재로 들어간다. 

중국 정부는 30여 년 전부터 희토류와 희귀 광물 생산에 보조금을 지원해 공급망을 장악했다. 반면 서구권 국가는 환경 오염을 이유로 광물 채굴과 제련 공정을 중국으로 외주를 줬다. 

영국 캠본 광업 학교의 팀 빅스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서구권 국가는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광물 가공을 원하지 않았다”며 “기회를 중국에 넘겨준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과 중요한 협상이 있거나 무역 분쟁이 벌어질 때 희토류와 희귀 광물 수출통제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중국이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 사고로 일본과 관계가 악화되자 한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중국은 희토류와 희귀 광물을 이른바 ‘무기화’ 하는 카드를 더 자주 꺼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희토류와 희귀 광물은 중국 대외 협상력을 강화했다”며 “중국은 이를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희귀광물 공급망 '신경전'에 한국은 낀 신세, 원가 상승과 수출장벽 커지는 우려
▲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의 중국산 광물 수입량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 한국도 희토류 및 희귀 광물 중국에서 수입 줄어, 수출 통제와 대안 확보 영향

중국의 희토류 및 희귀 광물 무기화 정책은 구체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주요 국가들의 희토류 및 희귀 광물 수입 물량 감소는 중국의 수출 통제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세관 격인 자국 해관총서(GACC)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산 희토류 수출이 3만482.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수출 통제 시스템이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의 중국산 광물 수입 감소세는 광물별로도 확인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해관총서 자료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중국산 텅스텐 수입량은 1290톤으로 2019~2022년 평균(2800톤)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일본도 같은 기간 중국산 텅스텐 수입이 4170톤에서 2190톤으로 줄었고 미국도 760톤에서 99톤으로 급감했다. 

안티모니 역시 같은 기간 한국은 4757톤에서 3680톤으로, 일본은 5170톤에서 1800톤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갈륨과 게르마늄, 이트륨도 마찬가지로 중국산 수입이 줄었다. 수출 통제 대상인 희토류와 희귀 광물 대분의 수출량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와 희귀 광물 영향력 강화를 우려해 개별 기업이 희토류를 안 쓰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대체 수급처를 찾아 나선 점도 중국산 수입량 감소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캐나다의 광물 기업인 네오퍼포먼스 머터리얼스는 지난 4월10일 에스토니아 제련소 설비를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무기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또한 희토류나 희귀 광물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일본의 제조업 기업 임원 발언을 인용해 “현재와 같은 희토류 및 희귀 광물 통제 상황이 이어지면 일본 내 공장은 가동을 중단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중국을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 희귀광물 공급망 '신경전'에 한국은 낀 신세, 원가 상승과 수출장벽 커지는 우려
▲ 운송 트럭이 5월20일 콩고민주공화 콜웨지에 위치한 카모아 구리 광산 입구를 오가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쯔진광이 카모아 광산의 최대 주주로 있다. <연합뉴스>
◆ 미국과 중국에 끼인 신세인 한국 처지 부각, 단기간에 해결책 안 보여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와 희귀 광물 공급망의 '탈중국'을 노리고 있다. 

미국이 지난 2월4일 발표한 광물 공급망 협정(ATCM)은 탈중국 공급망 시도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와 희귀광물 저가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가격 하한제(최저가격제)와 공동 외부관세 등을 뼈대로 한다. 

미국은 ATCM을 현재 국가간 협력체 성격을 넘어 법적 구속력까지 갖는 조약 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 

ATCM에 한국의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참여한다면 이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출 장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은 지난 15일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ATCM) 추진 동향과 주요국 대응’ 보고서를 펴내고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중국으로부터 희귀 광물을 수입해서 만든 반도체나 배터리 등 완제품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ATCM 관련국에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ATCM에 포함되면 희토류나 희귀 광물을 중국이 아닌 대체 공급처에서 높은 가격으로 사와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 

더구나 미국 정부의 산업 정책이 정권별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광물 공급망 정책의 효용성에 의구심을 키운다. 

이와 관련해 미중경제협의회의 션 스타인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 정부의 지원이 2~3년 뒤에도 종료되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 지배력을 바탕으로 언제는 광물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 시도에 적극 동참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놓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이란 전쟁보다 중국 소재 공급망이 막히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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