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6-18 15: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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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추진한 '금융을 통한 집값 잡기' 정책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가계부채가 여전히 부동산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다. 부동산 시장을 향한 자금 쏠림 현상이 여전한 만큼 금융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재명 정부 1년, 가계부채 비율은 낮아졌지만 부동산 대출 쏠림은 여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세제·공급 정책까지 포함한 종합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가계부채 비율 개선을 실제 시장 안정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18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201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개선됐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전날 공개한 '나라살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1.1%로 4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193.4%와 비교하면 22.3%포인트 하락했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지표만 놓고 보면 목표의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수치만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가계부채 비율 하락이 실제 부채 축소보다 명목GDP와 가계소득 증가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2년 이후 가계부채 잔액이 감소한 해는 2023년 한 차례뿐이었다.
연구소는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만큼 안심하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여전히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은 59.1%에 이르렀다. 2021년 52.9%와 비교하면 6%포인트 넘게 상승한 수치다.
5년 동안 주택 관련 대출은 같은 기간 185조 원 늘어난 반면 기타 대출은 88조 원 감소했다. 가계부채 비율은 낮아졌지만 부동산 대출 비중은 오히려 구조적으로 심화한 셈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공을 들이는 데는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되는 자금을 통제해 집값 상승 압력을 낮추겠다는 정책 목표가 깔려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 발표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정책 목표를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으로 제시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이 경제 전반의 성장과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투기적 대출 수요 차단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 별도 관리목표를 신설하는 등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이는 금융을 통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제도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올해 3월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문제에서 금융 부문이 매우 중요하다"며 "대한민국 전 국토가 투기·투자의 대상이 됐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금융"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번에 반드시 부동산을 잡아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게 금융 부문"이라며 금융 규제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시민사회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9일 공개한 이재명 정부 1년 주거·부동산 정책 평가 좌담회 자료집에서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대출 규제 강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정부가 금융을 통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참여연대는 현 단계 정책이 금융 규제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 안정과 자산 불평등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세제 개편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역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 관련 대출인 만큼 집값 상승 기대가 유지되는 한 대출 수요도 근본적으로 줄어들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이재명 대통령도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제와 금융, 규제, 공급을 조만간 한꺼번에 정리하겠다"고 말하면서, 하반기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금융으로 집값 잡기' 전략은 가계부채 비율 개선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부동산 대출 쏠림 해소라는 과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 규제에 더해 세제 개편과 공급 확대 정책이 실제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하반기 정책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