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6-05-19 16:15:51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2026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올해 영업이익의 30%를 근로자·하청 노동자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올해 임단협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3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30% 성과급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LNG운반선, 유조선(탱커선) 중심으로 선사들의 발주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재도 중국에게 뒤쳐진 가격경쟁력이 향후 인건비 상승으로 더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내세운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원만한 타협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HD현대중공업 >
19일 HD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20일 사측에 2026년도 임금단체협상 통합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며, 이르면 6월 초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주요 요구 사항은 △기본급 14만9600원(상승율 6.3% 호봉승급분 3만5천원 제외) 인상 △상여금 지급기준 700%→800%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 공유 △휴양시설 운영비 20억 출연 등이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 30% 성과 공유’가 사측과 의견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8375억 원으로 이를 적용한다면 성과공유 규모는 1조1512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직원·하청근로자 4만3884명(정규직 1만5353명, 기간제 3527명, 소속외 근로자(하청) 2만5004명 등)에게 1인당 2634만 원 가량이 돌아가는 수준이다.
노조는 조선 업계가 2020년대부터 상승한 신조 선가와 현장 노동자들의 생산성 개선 등에 힘입어 HD현대중공업이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다며, 근로자에 성과를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대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합원에게만) 일시금으로 이익의 30%를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전반적 처우개선 등에 쓰이는 비용을 다 포괄한 것이며, 비조합원을 비롯해 저임금을 받는 하청노동자·이주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대 장기 불황기에 하청노동자·이주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구조 고착화, 북지 축소 등을 정상화해햐 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4년부터 매년 노조와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어왔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노사가 2025년 5월20일 임금교섭 상견례를 진행하는 모습.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다만 미래 불황 대비 현금자산 축적을 비롯해 시설투자·미래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주주환원 등에 필요한 자금소요를 감안하면 사측이 ‘영업이익 30%’를 요구하는 노조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회사의 2023~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노후 크레인·전산·통신 설비 등의 시설투자에 △2023년 5591억 원 △2024년 4242억 원 △2025년 3890원 등 연 평균 4574억 원을 투입했다.회사는 올해도 7262억 원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회사는 또 최근 2025~2027년 중기 주주환원율 30%(별도기준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총액)를 약속했다. 앞서 회사가 2025년 주주에게 지급한 연간 배당 총액은 5670억 원인데, 이것의 배 수준의 금액을 근로자의 몫으로 배분한다면 주주들의 반발을 피하긴 어렵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HD현대중공업이 올해 높은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상균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노사 교섭에서 원만한 타협점을 이끌어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월14일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상선 수주금액은 85억1400만 달러로 파악된다. 이는 연간 상선 수주목표액 114억7천만 달러의 74.2% 수준이다.
일각에선 인건비가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중국 조선 업계와의 선박 수주 경쟁에서 더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영국 해운 조선해운시황 전문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선박 점유율은 중국이 71%, 한국이 18%다. 한국 조선 업계의 기술우위가 확실한 LNG운반선을 제외한 전 선종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이상균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2022년에는 노조와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회사 영업이익이 70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배 가량 상승한 2024년부터는 노조와의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2024년에는 노조가 수차례 부분파업을 벌이다가 12월에 막판 타결했고, 2025년에는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된 뒤 노조가 1주일간 전면 파업을 벌이다가 9월 중순 타결했다.
3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에 따라 올해 교섭에서는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도 원청인 HD현대중공업과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에겐 부담이다. 추후 노동위원회가 HD현대중공업에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대표교섭 노조가 확정되면 회사에 교섭의무가 생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섭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파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교섭 진행 상황을 보고 회사와 이견이 있다면 그 때 상황을 고려하겠다"며 "사내하청지회와는 다른 교섭 테이블에 있겠지만, 사측과 투쟁은 함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