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확대에 나서며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엔비디아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급하는 데 이어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에 추가적으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시설 투자를 통해 폭발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기판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17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기는 AI 반도체 기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생산법인에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약 12억 달러(1조7746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 정부 문서를 통해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투자를 하는 것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FC-BGA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AI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FC-BGA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생산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생산능력이 최대치로 돌아가고 있어 생산성 개선과 수율 제고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고객의 요구 수준이 현재 생산능력의 50% 이상 더 많다"고 설명했다.
FC-BGA는 미세회로가 촘촘히 새겨진 고집적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고정밀 패키지 기판이다.
칩 바닥면 전체에 격자 형태로 배치된 수천 개의 솔더 볼(납땜용 미세 금속 구슬)이 신호 전달 경로를 획기적으로 단축해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여준다. 이로 인해 AI 서버나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삼성전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초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핵심 하드웨어인 'NV스위치'용 FC-BGA 공급을 확정했다.
NV스위치는 여러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해 하나의 거대한 연산 장치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부품이다. GPU를 클러스터(묶음)로 연결해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플랫폼에서 NV스위치는 GPU 간 데이터 정체를 막는 통신 고속도로 역할을 수행한다.
최신 엔비디아 랙(선반) 하나에 18개의 NV스위치가 탑재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판 공급사인 삼성전기의 존재감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 ▲ 삼성전기가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에 탑재된 그록3 LPU 1차 공급사 지위를 확보했다. 사진은 엔비디아 베라 루빈 시스템과 루빈 GPU 홍보용 이미지. < 엔비디아 > |
나아가 삼성전기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에 탑재된 그록3 LPU(언어처리장치) 1차 공급사 지위도 확보했다.
삼성전기의 그록3 LPU용 FC-BGA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일본의 이비덴·신코전기 등이 독점해온 서버용 FC-BGA의 벽을 허문 것이다.
테슬라와 반도체 기판 협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테슬라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설계 중인 차세대 자율주행 칩 'AI6'에 삼성전기의 FC-BGA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미국 테일러 팹에서 AI6 칩을 생산하면 여기에 최적화된 기판을 삼성전기가 공급하는 '원스톱 솔루션' 체계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6 기판은 기존 칩보다 면적이 넓고 층수가 많아진 PC용 중앙처리장치(CPU)급 사양으로 제작된다. 이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크게 상승하며 삼성전기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AI6는 완전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 AI 데이터센터까지 3개 플랫폼에 동시 탑재된다"며 "기판 성능 역시 기존 칩 수준에서 PC용 CPU급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단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의 기존 주력 상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FC-BGA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FC-BGA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모두 생산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며 "자체생산 MLCC를 FC-BGA 내부에 실장함으로써 반도체 패키지 내 노이즈를 억제하고,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며, 전력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