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5년 10월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중국 방문에서 투자 유치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에게 중국 투자 유치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 제조업 활성화의 성과로 내세울 매력적인 카드로 여겨진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한 공화당에서부터 당장 거센 반발이 나와 이를 넘어서는 일이 과제로 여겨진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미국 연방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르 위원장(공화당, 미시간)은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에게 보낸 공식 서한을 통해 “중국이 미국 제조업 재건에 기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중국 기업이 정부 보조금에 기반해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미국 경쟁 기업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레나르 위원장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자국 제조업에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물레나르 위원장이 이끄는 미중전략경쟁특별위는 미국이 중국과 경쟁에 대응하도록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하원 내 조직이다. 특히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이기도 한 특별위원장이 정부에 중국 투자 유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중국의 국가 보조금 기반 산업에서 벌어지는 과잉 생산이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를 행정부가 경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레나르 위원장이 베센트 장관에 서한을 보낸 이유는 오는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 개최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미국 투자가 논의될 가능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워싱턴과 베이징이 상호 투자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미국 포드에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해 생산을 돕는 형태의 미-중 협력 모델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구체적 설명도 제시됐다.
포드는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미시간주 마샬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직접 투자에 따를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우회 방식이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불거진 무역 갈등 속에서도 보복 관세를 완화하는 ‘관세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기조를 연장하고 대미 투자 유치 물꼬까지 틀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로서는 중국의 미국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다.
| ▲ 노동자가 2025년 6월20일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 위치한 포드 배터리 공장 내부 건설 현장에서 안전조끼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포드> |
더구나 트럼프 정부가 경제성장 기반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위험성도 부각되는 모양새다.
더구나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나 중동 전쟁 등 변수로 지금까지 대미 투자를 약속했던 국가들의 실행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만 지역 국가 가운데 일부는 이란 전쟁 비용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 투자 철회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 시장에 호시탐탐 진출 기회를 노리던 중국 자본을 받아들여 제조업에 투자하는 선택지에 매력을 느낄만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도 미국과 협력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 대미 투자 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루친젠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가 전했다.
미국은 무역분쟁 본격화 이전까지는 중국의 해외 핵심 투자처 가운데 한 곳이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대미 투자액 규모는 2016년 170억 달러(약 25조 원)를 기록했다. 2024년까지 누적 투자액도 900억 달러(약 132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투자를 겨냥한 미국 내 규제 강화로 최근 수년 동안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등할 수 있다.
다만 중국발 투자 허가는 물레나르 위원장 서한에서 보듯 미국 정치권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의원과 외교위원회 산하 남중앙아시아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시드니 카믈라거-도브 의원은 로이터에 중국 투자 유치 움직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시작한 무역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희생하는 우려스러운 패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던 유권자 층도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상무부 차관보를 지냈던 나자크 니카흐타르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중국 정부는 미국 국경 안에서 경제를 체계젹으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중국의 대미 투자 논의가 활발해지면 현대자동차와 K배터리 3사 등 미국에 생산 거점 두고 있는 한국 기업에겐 중국과 경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의 이해관계를 사실상 대변해 주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중국 배터리 기업 투자길을 열어주면 안보를 우선한다는 정책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자국 내 생산 장려 기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