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5-03-31 16:34:01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공매도 재개 첫날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최근 대차잔고가 크게 늘어난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급락했다.
▲ 공매도 재개 첫날 에코프로 주가가 12%대 폭락하는 등 2차전지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에 따라 국내시장의 신뢰가 높아진 만큼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1일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재개됐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은 17개월, 그 외 종목은 약 5년 만에 재개된 것으로 역대 가장 긴 금지 기간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공매도 재개 충격에 3.00%(76.86포인트) 급락한 2481.12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1조5755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직전거래일 7542억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매도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날 하락폭이 두드러진 업종은 2차전지였다.
대표 2차전지주로 꼽히는 에코프로(-12.59%)와 에코프로비엠(-7.05%), 포스코퓨처엠(-6.38%), LG에너지솔루션(-6.04%) 등이 모두 크게 내렸다.
2차전지 업종은 재개 전부터 공매도 목표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실제로 재개되자마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개장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2차전지 업종은 대차잔고 비율이 높고 업황 불확실성이 커 공매도 유입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28일 기준 포스코퓨처엠의 대차잔고는 35%에 달해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에코프로비엠(31.4%)과 LG에너지솔루션(26.6%)도 나란히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2차전지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주가 하락에 “이건 비정상적이다, 말이 안된다”며 공매도 시스템과 외국인에 분노를 쏟아냈다.
이경민 연구원은 2차전지 외에도 조선과 방산 등 올해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 업종이 공매도의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들이 공매도 재개가 국내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공매도 재개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27일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인 수급 잡음을 일으키는데 국한될 것”이라며 “이러한 수급 잡음은 역설적으로 특정 업종에 투자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를 기대해도 좋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성훈 연구원은 “과거 2009년과 2011년, 2021년 공매도 재개 당시 약 1달 정도 개별 종목·업종에서 단기 변동성이 커졌지만 장기적으로 증시의 추세 방향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공매도 재개 이후 급감했던 국내증시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 수급 여건의 점진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도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롱·숏 포지션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에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감시가 더욱 강해진 만큼 외국인투자자의 시장 참여 비중도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공매도 재개가 시장참여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사례가 줄어드는 효과와 중소형주의 유동성·가격 발견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