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남 김동선 경영능력 입증 험난, 신사업과 이라크 신도시 건설 '안갯속'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겸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겸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이 그룹 사업구조 재편 이후 한 축을 담당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미래비전총괄로서 신사업을 담당하는 여러 계열사뿐 아니라 오랫동안 중단된 적 있는 한화 건설부문의 이라크 신도시 사업을 모두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신사업 계열사와 이라크 사업 모두 불확실성이 커 경영능력을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한화갤러리아 안팎에 따르면 올해도 확실한 실적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전날 발표된 한화갤러리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293억 원, 영업이익 18억 원, 순손실 45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 75.7% 줄고 순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사업 및 식음료사업은 한화그룹 계열사 7곳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김 부사장의 ‘본업’으로 꼽힌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포함한 계열사 6곳의 미래비전총괄과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본진 격인 한화갤러리아에서 지난해에도 부진한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았는데 올해 눈에 띄는 반등을 위해 비상한 수준의 분발이 필요한 셈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383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을 올렸다. 2023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3.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4% 감소했다.

김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를 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실적 개선세가 주춤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509억 원, 영업이익 138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2.0% 줄었다.

반도체 장비, 2차전지 장비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으로 도약을 바라보는 한화비전,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등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출범한 계열사들이나 2023년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 역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2년 동안 사업구조를 다시 짜면서 첫째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조선·에너지·화학, 둘째 김동원 사장의 금융, 김 부사장의 기계·서비스(유통)라는 세 사업 축을 갖추게 됐다.

다만 계열사별로 연간 매출이 수조 원을 상회하는 김동관 부회장의 주력 사업이나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는 김동원 사장의 금융 분야와 견주면 김 부사장은 기계·서비스 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확실히 입증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 부사장이 8695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인수나 파이즈가이즈로 대표되는 식음료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다방면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근 김 부사장이 자신의 사업 홍보수단으로도 활용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중단한 점도 경영에 집중해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중이 깔려있는 것으로 읽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날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지분 58.62% 인수 마무리를 놓고 “급식과 식자재 유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워홈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식품시장의 지각변동을 주도할 것”이라며 “그룹 내 여러 계열사와도 다양한 협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에게는 한화그룹 여러 계열사의 ‘미래비전총괄’로서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2017년 이후 7년 만에 복귀한 한화 건설부문에서의 성과가 더욱 절실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월 실에서 본부로 격상된 해외사업본부장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최근 2년 동안 최악의 건설업황 속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 건설부문에서 국내 복합개발사업과 함께 실적 반등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사업’을 이끌게 된 것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0만80가구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등 분당급 신도시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3년 말 이라크로부터 2억3천만 달러(약 3207억 원) 규모의 미수금을 회수하고 당초 진행하고 있던 3만 세대 관련 부분공사를 재개했다. 김 부사장이 비스마야 사업의 재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 수장에 오른 셈이다.
 
한화 3남 김동선 경영능력 입증 험난, 신사업과 이라크 신도시 건설 '안갯속'

▲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말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비스마야 사업의 변경계약을 맺고 현지 정부 국무회의의 승인을 기다리는 등 완전 재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23년 말 재개한 부분공사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 2억2천만 달러(3067억 원) 규모의 미수금 추가 수령을 시작으로 나머지 7만여 세대의 공사 진행에 따라 실적을 개선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다만 시시각각 변하는 중동 정세, 현지 사업 추진의 장애물 등으로 과거 수차례 공사를 멈춰야 했던 비스마야 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일한 해외사업이자 한화 건설부문 일감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놓고 김 부사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 건설부문은 무려 13년 전인 2012년 5월 본계약을 맺고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추진해왔다. 

꾸준히 공사대금 문제를 겪어온 비스마야 사업은 2020년 코로나19 영향에 한 차례 공사가 중단된 바 있고 한화 건설부문은 2022년 10월에는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과거 최광호 한화 건설부문(한화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비스마야 사업을 원활히 추진한 공으로 대표 선임과 사장 승진에 이르렀다는 점은 보면 비스마야 사업이 차지하는 무게감을 엿볼 수 있다. 

건설업계에 말을 들어보면 공사기간이 무작정 늘어나는 것 자체가 리스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중동 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공사비 회수나 보안 비용 등이 지속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 건설부문의 수주잔고는 22조5천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40% 수준인 9조2천억 원가량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사업의 몫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말 변경계약을 체결한 뒤 “이라크 정부 국무회의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최대 규모의 K-신도시 수출사업이 재개되면 침체된 건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