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정책이 아이폰 판매량과 국내 부품 업체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으로 아이폰 가격이 30%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애플이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은 아이폰 수요 감소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중국 부품업체와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5일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향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애플 아이폰16 가격이 최대 30%(약 240달러)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스마트폰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애플은 여전히 스마트폰 제품의 90% 정도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미국에서 아이폰16 가격은 799달러이며, 아이폰 대당 비용의 약 45%~50%가 수입 부품에서 나온다”며 “이 수입 부품에 60% 관세가 부과되면 아이폰16은 216~240달러의 추가 가격 부담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부품값 상승에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면 아이폰 판매량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애플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국내 업체들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약 80%가 애플에서 나오며, 아이폰16에 적용된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90% 이상은 한국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IT는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으로 추가 수요 둔화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 LG이노텍은 중국 카메라모듈 경쟁사의 저가 공세에 수익성을 위협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반면 국내 부품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BOE와 애플에 디스플레이 공급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아직 아이폰 내 BOE의 점유율은 10%에 못 미치지만,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점차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애플은 2025년 공급업체 기반을 다각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패널 출하량이 올해보다 3.1% 감소해 3억6500만 대에 그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업체에 관세 대폭 인상 등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업체와 격차를 더 벌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LG이노텍도 중국과 경쟁에서 숨통이 틔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코웰전자, ICT가 각각 아이폰에 카메라모듈, 액추에이터 공급을 확대하면서 LG이노텍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 심화로 제품 판매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2024년 3분기 영업이익은 1304억 원으로, 시장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였던 2620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애플이 중국산 카메라 모듈 채택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카메라 모듈이 애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도 나온다.
과거 2020년까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던 중국 오필름이 2021년 1기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아 애플과 계약이 끊긴 사례가 있다. 그 뒤 오필름은 결국 카메라모듈 사업부를 분리 매각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6일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과 국내 통산·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역임한 윌버 로스는 미국의 지식재산과 기술이 포함된 제품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며 “후방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