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1-15 12: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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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한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되는 '파격 인사'는 건설업 불황 타개를 위한 체질 개선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아울러 이 내정자가 현대건설 주택전문가 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그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 이한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이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현대차그룹은 15일 현대건설 새 대표이사로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해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한우 내정자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했다.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30년 동안 줄곧 건설업 전문성을 쌓았다.
이 내정자는 2017년 건축기획실장 상무보로 승진한 뒤 2018년 주택지원실장, 2019년 건축주택지원실장 상무, 2021년 전략기획사업부장을 거쳤다.
2022년 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이번 인사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혁신 바람이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까지 불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 정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줄곧 혁신, 미래 준비 등을 내세워 인사를 진행해왔다. 이날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도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 인사도 그간 단행된 현대차그룹의 ‘파격 인사’에 포함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내정자는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70년대생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보다는 나이가 13살이나 적다.
그간 사업 안정성을 중시하는 건설계열사, 특히 현대건설은 세대교체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2020년 말 정 회장 체제 첫 인사를 통해 대표에 오른 윤 사장은 1957년생으로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가장 연장자에 속한다. 올해까지 진행된 인사를 통틀어 정재욱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과 유이하게 전임 대표보다 나이가 많았던 사례다.
이 내정자가 2011년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뒤 처음으로 맞이한 현대건설의 부사장급 대표인 점도 이례적이다. 직급에 연연하지 않고 변화를 추진하려는 그룹의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2011년 현대건설 인수단장을 지낸 뒤 각자대표이사에 올랐던 김창희 전 부회장을 빼고는 지금까지 모두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대건설은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올랐던 2018년에는 대표이사 이외의 부회장을 두기도 했다. 현대차에서 오래 일했던 정진행 전 부회장은 2018년 말 사장에서 승진하며 ‘건설명가 재건’을 목표로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이 내정자는 현대건설 핵심인 주택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주 관리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내정자가 윤 사장에 이은 주택사업본부장 출신 대표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8년 초부터 2021년 초까지 대표를 지냈던 박동욱 전 사장은 현대차 재경사업부장까지 오른 뒤 현대건설에서 재경본부장을 맡았던 재무전문가였다.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건설업계 도시정비사업 1위 왕좌를 지켜왔다. 2022년에는 업계 최초로 9조 원 이상(9조3395억 원)의 연간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현대건설은 5조 원 이상의 신규수주를 통해 도시정비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건축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20년 말 28조1153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39조4440억 원으로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주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에서 67%까지 소폭 높아졌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과거 높은 원가가 반영된 물량이 순차적으로 공사를 마치면서 수익성이 점차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택사업 강화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인 셈이다.
서울 핵심 지역의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 확대를 이어가는 것도 이 내정자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현대건설은 당장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격전지인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공동주택 2331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무려 1조5724억 원에 이른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앞서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하며 18일로 마감하는 입찰 참여를 예고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은 이 내정자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1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맞붙는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와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다투는 첫 대결이기도 하다.
이 내정자는 올해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 당시 윤 사장과 함께 직접 현장을 찾아 주택사업본부장으로서 본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내정자(앞줄 오른쪽)이 3월13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앞줄 가운데)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방문한 모습. <현대건설>
이어 1만여 세대 이상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재건축사업(압구정 재건축사업) 수주도 이 내정자의 책임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모두 구역 6곳에서 나눠 추진되는 압구정 재건축사업은 한강변에서 남은 마지막 대규모 도시정비사업 일감으로 평가된다.
압구정 재건축사업은 세대수가 5천여 세대로 가장 많은 3구역을 중심으로 정비계획 수립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공권 쟁탈전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이 내정자가 2022년 말 주택사업본부장에 오른 뒤 곧바로 도시정비영업실 아래 ‘압구정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해 압구정 재건축사업 수주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주택사업 이외에 현대건설이 올해 주요 경영전략으로 삼았던 해외 및 신사업 확장 역시 이 내정자가 소홀할 수 없는 과제다.
현대건설은 올해 경영목표로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해외시장 공략, 국내외 대형원전 건설사업 확대, 저탄소 중심의 청정에너지 전환사업 등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이한우 부사장은 설계·조달·시공(EPC) 역량 향상을 통해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에너지 분야 전략적 투를 확대해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며 “새 대표 선임을 계기로 현대건설은 ‘도전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