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진과 함께 자사주를 매입하며 기업가치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곽 사장은 9월 국내 중소형증권사 최초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내며 주가 상승 및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중소형증권사에 우호적이지 못한 경영환경 속 실적 개선이 밸류업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데 곽 사장은 프라이빗투자은행(PIB) 연계 전략을 앞세워 실적 개선을 노린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곽 사장을 비롯한 DB금융투자 경영진은 최근 들어 자사주를 지속해서 매입하고 있다.
곽 사장은 DB금융투자 주식을 기존 8213주 쥐고 있었는데 이번 주 9948주를 추가로 매입해 1만8161주를 확보했다. 곽 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2016년 11월14일 이후 처음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는 12일 7448주를 주당 5150원에, 13일 2500주를 주당 5050원에 매입했다. 주당 평균매입 단가는 5125원으로 DB금융투자의 전날 종가 5천 원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김찬구 준법감시인 상무와 박재범 SF사업부장 상무도 이번 주 DB금융투자 주식을 각각 1만 주씩 처음 매입했다. 장현일 경영지원실장 상무는 10월 말 보유 DB금융투자 주식을 기존 3천 주에서 1만1천 주로 8천 주를 늘렸다.
DB금융투자 경영진은 책임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DB금융투자는 이사회 및 경영진,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2027년까지 발행주식 수의 1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을 세웠다.
DB금융투자는 기업가치 강화 일환으로 자사주 65만 주를 2024년 12월10일까지 장내 매수하기로 했는데 이를 예정 날짜보다 한 달 이상 빠른 6일 마무리하기도 했다.
곽봉석 사장은 밸류업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DB금융투자는 9월5일 중소형증권사 최초로 밸류업 공시를 냈다. 증권사 전체로 보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에 이어 세 번째다.
DB금융투자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를 10%,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업계 평균 이상으로 높이고 주주환원율(자사주매입과 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40%로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특히 DB금융투자는 향후 별도기준 조정당기순이익의 40%를 주주에 환원하기로 했는데 이는 DB금융투자의 최근 5년 평균 주주환원율 27.6%를 크게 웃돈다. 앞서 밸류업을 먼저 발표한 키움증권(30%)과 미래에셋증권(3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DB금융투자는 배당수익률을 5%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이에 따라 DB금융투자가 밸류업공시를 내놓은 다음날인 9월6일 주가가 장중 20% 이상 오르기도 했다.
다만 중소형증권사에게 우소적이지 않은 경영환경이 이어지면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점은 곽 사장의 밸류업 여정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DB금융투자는 3분기 영업이익 25억9563만 원, 순이익 59억7285만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59.4% 줄고 순이익은 21.7% 감소했다.
3분기 누적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524억 원, 순이익은 447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6.3%, 57.7% 증가했는데 상반기 실적 증가 흐름이 3분기에 멈춰선 셈이다.
중소형증권사들은 국내 주식 거래대금 감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강화에 따른 충당금 확대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곽 사장은 PIB 연계영업 강화를 통해 다시 실적 개선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PIB는 프라이빗뱅킹(PB)와 투자은행(IB)이 결합된 말이다.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서비스와 기업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서비스를 뜻한다.
▲ DB금융투자가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고 PIB 연계영업 강화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곽 사장은 지난해 3월 DB금융투자 대표에 오른 뒤 PIB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기업공개를 포함한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 IB관련 계약과 자산관리 부서 사이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다.
곽 사장은 DB금융투자에서 프로젝트금융사업부장과 PF사업부 겸 IB사업부 총괄을 거쳐 2023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기업금융(IB)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 전문가로 PIB 전략의 적임자로 볼 수 있다.
곽 사장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PF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해 채무보증 규모도 적극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금융투자의 올해 상반기 기준 채무보증비율(채무보증/자본)은 35.6%로 초대형IB을 제외한 중형사 평균 48.6%보다 13.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김태현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DB금융투자는 경쟁사보다 낮은 채무보증비율을 바탕으로 PIB연계 전략을 구축하는 데 힘을 낼 것이다”며 “시중금리 하락이 상품운용수익 증대로 연결되는 등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DB금융투자의 낮은 채무보증비율은 기업금융(IB)을 중심으로 한 PIB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데 보다 용이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채무보증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리며 채무보증수익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