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그룹의 인사 폭풍이 삼성금융 계열사에서도 몰아칠 가능성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전자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대적 인사 쇄신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그 여파가 금융 계열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금융 계열사는 핵심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해 새로 선임된 상황에서 올해 들어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8일 삼성금융 계열사 안팎에 따르면 올해 전자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전자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금융 계열사보다 앞서 이뤄지는데 이때 적용된 인사 방침이나 기준이 이후 진행될 금융 계열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봐도 전자 계열사 인사가 11월27일 ‘안정’에 방점을 두고 예상보다 작은 규모로 진행된 뒤 12월1일 금융 계열사 인사가 나왔는데 이 역시 변화 속 ‘안정’에 중점을 둔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가 삼성금융 계열사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삼성생명 대표에 올랐고 홍 사장의 빈자리인 삼성화재 대표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채웠다. 

삼성증권 대표에는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이 임명됐고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와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각각 유임됐다.

올해 전자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어느 때보다 큰 폭의 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경쟁업체에게 기술 우위를 내준 삼성전자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대대적 인사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자 계열사 사장단 인사 때 조직의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세대교체 성격의 대대적 인사 쇄신이 이뤄진다면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삼성금융 계열사들이 올해 호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전자 계열사와 비교해 금융 계열사가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삼성그룹의 오랜 인사 기준인 신상필벌과 성과주의의 잣대로 보면 금융 계열사 사장단을 딱히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1조3685억 원을 냈다. 투자손익이 크게 늘어난 데 힘입어 전년 대비 40.5% 증가했다.

삼성화재도 투자손익이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8.2% 늘어난 1조3124억 원을 거뒀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6.5%와 25% 늘었다. 삼성자산운용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상반기 삼성금융 계열사 5곳의 개별기준 순이익 합은 3조2430억 원(삼성생명 1조900억 원, 삼성화재 1조2772억 원, 삼성증권 4721억 원, 삼성카드 3616억 원, 삼성자산운용 4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없이도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린 KB금융(2조7815억 원)보다 5천억 원 가까이 더 벌었다. 

삼성금융 계열사 한 관계자는 "인사는 언제나 그랬듯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나지 않을까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