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우건설이 14년 만에 오너경영 체제로 돌아간다.

대우건설 모기업 중흥그룹은 오너십을 강화해 실적 부진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8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건설은 11월 중순경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의 방향은 오너 체제 강화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이미 12월 이사회를 통해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을 예고해 뒀다.

김 총괄부사장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과는 처남-매제 사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노조에 독립경영 보장을 위해 인수 종료 뒤 3년 동안은 대우건설 법인의 대표이사는 대우건설 임원 중에서 선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조와 약속에 따라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2021년 2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백 사장은 이번 12월 이사회로 김 총괄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더라도 사장직을 내년 2월 말 임기 종료까지 유지한다.

김 총괄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약속된 기한이 끝나는 데 맞춰 곧바로 오너 경영 체제를 시작하겠다는 중흥그룹의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오너일가가 대우건설 대표이사에 오르는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이던 2010년 1월 박삼구 전 회장이 물러난 지 14년11개월 만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직후부터 오너십을 뿌리내리는 데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인수 단계부터 김 총괄부사장이 인수단장을 맡아 노조와 교섭 등 대우건설과 접촉에서 전면에 나섰고 정원주 부회장은 대우건설 회장으로 취임했다.

오너 3세들의 대우건설 입사도 이어졌다.

김 총괄부사장의 두 아들인 김이열, 김이준씨는 중흥건설에서 사원으로 근무하다 대우건설 인수 직후인 2022년 대우건설에 입사했다.

정원주 부회장의 아들인 정정길 대우건설 상무 역시 중흥건설에서 근무하다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정 상무는 1998년 생으로 2021년에 중흥건설에 대리로 입사 했다가 2022년에 대우건설로 옮기면서 부장이 됐다. 2023년 11월 정기인사에서는 상무로 승진했다. 

정 상무가 초고속으로 승진을 한 데다 대우건설이 진출 확대에 공을 들이는 북미지역을 담당할 ‘미주개발사업담당’을 맡으면서 경영수업 절차를 밟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중흥그룹이 2025년부터 대우건설에 오너 경영 체제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이번 임원인사 역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3년 동안 보장을 약속한 내용에는 대표이사의 대우건설 출신 선임 뿐만 아니라 ‘대우건설 출신 외 인력의 임원 선임 50% 이하’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약속된 3년의 기한이 끝나는 만큼 김 총괄부사장으로의 대표이사 변경에 맞춰 오너 일가의 장악력 강화를 위해 임원진까지 대폭 물갈이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은 5일 백 사장의 대표이사 사임을 놓고 “빠른 조직 안정화와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2000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험로를 걸어 왔다. 2006년에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인수됐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2010년에 한국산업은행으로 매각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2021년에 중흥그룹에 대우건설을 넘긴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 불황으로 한동안 실적을 반등할 계기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점에서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 맡기지 않고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위기 상황을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의미가 있는 셈이다.

대우건설이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을 본격화 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낼지 이목이 쏠린다.

대우건설은 임직원 재직기간이 길어 인사 적체 해소 등 필요성이 다른 건설사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6월 말 기준으로 대우건설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5.8년으로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길다. GS건설(15.5년)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건설사들과 평균 근속연수가 적게는 2~3년, 많게는 5년가량 차이가 난다.

대우건설은 2024년 들어 유급휴직과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장 2개월간 기본급의 50%를 지급하는 리프레시(Refresh) 휴직을 도입했고 최대 22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퇴직위로금과 2천만 원의 특별위로급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