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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소송 세계적 확산세, 페트병이 글로벌 기업 법적 리스크 높여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1-01 13: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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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소송 세계적 확산세, 페트병이 글로벌 기업 법적 리스크 높여
▲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한 매장에 진열돼 있는 펩시 제품들. 페트(PET) 재질로 된 병에 들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플라스틱 오염을 향한 국제적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향한 소송도 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페트(PET)병’에 제품을 담아 판매하는 기업들이 주로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관련 기업들이 과거 소송에 휘말렸던 담배회사들과 비슷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31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행정당국은 글로벌 식품 대기업 펩시와 코카콜라를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 제소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행정당국은 펩시와 코카콜라가 자사가 생산하는 페트병이 일으키는 환경오염 문제를 축소해 홍보하고 제품 재활용율은 과대광고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제출된 소장 자료에는 두 회사가 제조한 페트병은 알려진 것보다 재활용성이 낮다는 점을 담고 있다. 페트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줄임말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에서 판매되는 음료수 포장재의 45%, 글로벌 플라스틱 쓰레기의 12%를 차지하는 물질이다.

린지 호르바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기업감독위원회 대표는 공식성명을 통해 “코카콜라와 펩시는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그들이 일으킨 오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송의 사례에서 보듯 플라스틱 오염은 최근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문제다. 세계 각국 정부가 나서 참여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협약 내용은 현재 논의 중이나 강력한 협약 체결을 바라는 측 주장이 수용된다면 플라스틱을 생산 단계에서부터 규제하는 첫 국제 조약이 된다.

앞서 올해 9월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보다 상위 지방자치단체인 캘리포니아주가 글로벌 정유 대기업 엑손모빌을 제소했다. 엑손모빌은 2022년 기준 플라스틱 가운데 하나인 폴리에틸렌을 연 920만 톤 생산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엑손모빌이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 폴리머를 무분별하게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의 재활용성을 과대광고해 대중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CNN을 통해 “엑손모빌은 수십 년에 걸쳐 대중을 속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왔다”며 “그들은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에 관한 대중의 인식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소송 세계적 확산세, 페트병이 글로벌 기업 법적 리스크 높여
▲ 프랑스 마르세유에 위치한 코카콜라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콜라 제품들. <연합뉴스>
미국 뉴욕주도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오염 책임을 묻는다는 명목으로 펩시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뉴욕주는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뉴욕주 내에 흐르는 버팔로강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 1916점 가운데 펩시가 생산한 페트병 등 플라스틱 제품이 1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2위는 5.7%를 차지한 맥도날드, 3위는 허쉬로 4.2%였다.

레티시아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모든 뉴욕 시민들은 깨끗한 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그런데도 펩시는 무책임한 과포장과 마케팅을 남발해 시민들의 수자원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기업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럽소비자협회(ECO)는 환경단체인 클라이언트어스, 에코스 등과 협업해 유럽집행위원회에 코카콜라와 네슬레를 대상으로 한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코카콜라와 네슬레가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고 제품 재활용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충분히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카콜라는 한 광고에서 자사 페트병이 100% 재활용 가능하다고 홍보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로사 리처드 클라이언트어스 변호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100%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병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만약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제품을 과잉 생산할 변명거리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확산되는 플라스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움직임이 과거 담배회사들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담배로 인한 건강악화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됐는데 90년 대 들어 인식이 바뀌면서 대중 건강을 명목으로 주 정부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주 정부 50개 모두 담배회사들을 법원에 제소했고 이들 기업은 막대한 보상금을 물고 기업 이미지 실추에 따른 큰 수익성 악화를 겪어야 했다.

플라스틱 전문 연구단체 ‘몬테시노 어소시에츠’ 창립자 피터 슈미트는 플라스틱뉴스와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기업들도 담배회사들과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며 "다만 플라스틱이 담배와 다른 점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일부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기업들이 패소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모두에게 긍정적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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