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이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5층 사운즈포레스트에서 크리스마스 장식 ‘움직이는 대극장’을 진행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제가 지금까지 4년 동안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을 기획했는데 올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디자이너의 목소리에서는 그동안의 고생과 함께 웬지 모를 자신감도 느껴졌다. VMD는 ‘비주얼머천다이저’의 약자로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직업이다.
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5층 사운즈포레스트에서 진행되는 ‘움직이는 대극장’을 방문했다.
이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은 서커스 마을을 테마로 꾸며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장식이 ‘해리의 꿈의 상점’이라는 이름을 달고 실제로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들로 꾸며진 것과 비교해 보면 물건을 파는 매대나 매장들이 확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들이 몰입해서 움직이는 대극장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인 ‘움직이는 대극장’ 안에는 서커스 텐트 11개가 설치됐다. 각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 동물과 사람이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배경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
정 책임디자이너에 따르면 내년이 동춘서커스단 100주년이라는 점도 서커스 마을을 테마로 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동춘서커스단은 1925년 창단된 국내 최초의 서커스단이다.
서커스 마을을 테마로 정한 이유는 또 있다. 서커스단이 거의 다 사라진 요즘에 X세대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MZ세대들에게는 새로움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중앙에는 대극장이 하나 있는데 정 책임디자이너는 대극장을 조립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텐트가 둥근 모양이다보니 엘리베이터로 5층까지 올라오려면 여러 조각으로 나눠야 하는데 5층에서 조립을 해보니 제대로 맞지가 않았다.
원래는 대극장 조립에 배정된 기간이 3일이었지만 실제로는 10일이나 걸렸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조립 과정에서 일정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마음처럼 되지 않아 많이 울었다고 했다.
4m 정도 되는 기린 장식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 사람이 직접 5층까지 가지고 와야 했다.
▲ 4년 동안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을 책임지고 있는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디자이너는 흰말 장식이 들어서 있는 텐트를 포토존으로 추천했다. 이 텐트에는 고객들이 촬영하고 인화도 해갈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비즈니스포스트> |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크리스마스 장식은 정 책임디자이너의 바람대로 서커스 마을에 실제로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텐트 11개가 설치됐고 각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 동물과 사람이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
서커스 공연을 하는 캐릭터 15개는 전국의 현대백화점 매장을 의미한다. 배경음악은 각 텐트 콘셉트에 맞게 골랐다. 공연 한 개당 2~3분 정도가 소요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줄었지만 구석구석마다 사진찍기 좋은 곳을 마련했다.
정 책임디자이너가 추천하는 포토존은 흰말 장식이 들어서 있는 텐트다. 이 텐트에는 고객들이 촬영하고 인화도 해갈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끼리 예쁘게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며 “포토존에서는 흰말에 올라타 사진도 찍을 수 있고 가족, 친구, 연인들끼리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정말 예쁘게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고객들이 선물을 구매하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상품 구성에도 신경 쓴 모습이 보였다. 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초콜릿은 에어프랑스 1등석에 제공되는 제품이다.
▲ 현대백화점은 이번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에 열기구 모형을 활용했다. 더현대서울 안에 높이 7m 정도 되는 열기구 모형 6개를 띄웠다. 안에는 헬륨가스가 들어가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열기구 모형도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면서 이야기를 입힌다. 올해 주요 이야기는 해리가 열기구를 타고 서커스를 보러 가는 내용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안에 높이 7m 정도 되는 열기구 모형 6개를 띄웠다. 안에는 헬륨가스가 들어가는데 이틀에 한 번씩 충전해주면서 안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현대백화점은 설명했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움직이는 대극장이 고객들을 맞을 준비가 끝났을 때 울었을 정도로 정말 많이 고생하면서 준비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투자도 많이 하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많은 고객들이 방문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대극장은 12월31일까지 진행된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