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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위기는 기회’, 최윤호 불황에 공격적 투자로 시장 판도 뒤집는다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 2024-03-27 14: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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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위기는 기회’,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526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윤호</a> 불황에 공격적 투자로 시장 판도 뒤집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합작법인을 확대하고 단독 공장 준비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던 삼성SDI가 배터리 시장의 수요 침체기에 오히려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

국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경쟁사들이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생산설비 투자를 늘릴 때, 삼성SDI는 설비투자 증액보다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왔다. 그런 삼성SDI가 미국에 단독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하는 등 공격적 설비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르면 2025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황은 반등 후, 장기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합작법인을 확대할 예정이고, 단독 공장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위축된 시기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해 시장이 다시 활황기를 맞을 때 막대한 투자이익을 거둬들인다는 오랜 삼성의 투자 법칙과 맞닿아 있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의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50% 가량 늘어난 6조5천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설비투자액이다. 

삼성SDI는 이미 북미에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고,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배터리 공장 증설도 예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6조5천 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최근 매년 3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증액해왔던 LG에너지솔루션은 시황 악화에 따라 올해 투자액을 전년에 비해 늘리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설비투자액은 약 10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진행중인 GM 합작법인 2공장, 현대차 인도네시아 합작공장, 도요타 북미 미시간주 배터리 합작공장 등 세계 곳곳에서 여러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투자비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조8747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3.8% 감소했다. 회사 부채비율은 86.4%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이미 진행키로 한 합작 공장 설립 등에 올해 총 7조5천 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0% 수준만 늘린 것이다. 이미 15조5천 억 원의 차입금이 있는 SK온은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90%에 달한다. 작년 말 보유 현금성 자산이 3조6700억 원 가량으로 올해 설비투자를 위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시황 악화로 상대적으로 투자를 줄일 때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려 미래 시장 점유율을 미리 확보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이와 관련해 “전기차 배터리는 마치 마라톤처럼 장기적 흐름으로 투자와 수주가 이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으로 치면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로 수익을 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자금력을 확보해놨다가 시황이 저점인 구간에 투자해 시황 고점에 고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2020년부터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과감한 투자에 나설 때 삼성SDI는 R&D 투자에 집중했다. 지난해 삼성SDI는 매출액 대비 5% 규모인 1조1363억 원 가량을 R&D에 투자했다. 지난 3년 간 R&D 투자액은 모두 3조 원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3.1%인 1조374억 원을 R&D에 투자했고, 3년 동안 모두 2조5천억 원을 투입했다. SK온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2.33%인 3천억 원 가량을 R&D에 투자했고, 3년 동안은 모두 6천억 원을 투자했다.

3사 중 삼성SDI R&D 투자액이 가장 높다. 타사가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 삼성SDI는 설비투자 대신 자금력을 더 키웠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2년 76%에서 지난해 71%로 5%포인트 되레 낮아졌다. 다른 경쟁사에 비해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춘 셈이다.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회사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경쟁사에 비해 앞선 2027년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힐 수 있었다. 
 
삼성SDI ‘위기는 기회’,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526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윤호</a> 불황에 공격적 투자로 시장 판도 뒤집는다
▲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25일 SNE리서치 주최로 열린 배터리 세미나에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관련해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 25일 SNE리서치 주최로 열린 ‘2024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NGBS)’에서 “지난해 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팀이 발족했다”며 “2027년 양산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쟁사 투자 규모를 따라가진 않지만, 지난해보다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경쟁사보다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는 게 다른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27.8%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27.5% 점유율로 중국 CATL이 차지했고, 3위는 일본 파나소닉이 14.0%로 차지했다. 4위는 SK온(10.7%)이었고, 삼성SDI는 10.2%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침체기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한 삼성SDI가 향후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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