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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강성현에 이어 이마트 한채양도 첫 감원, 할인점 돌파구가 안 보인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3-26 15: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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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와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모두 각 회사의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진행한 수장이 됐다.

대형마트의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회사의 실적 개선을 위해 감원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롯데마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134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강성현</a>에 이어 이마트 한채양도 첫 감원, 할인점 돌파구가 안 보인다
▲ 한채양 대표이사(사진)가 이마트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최고경영진의 실패에 직원들만 희생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26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에 이어 이마트까지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채양 대표는 25일 CEO메시지를 통해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를 떠나보내는 결정은 큰 아픔이 따르는 일이지만 이를 통해 이마트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변할 것이고 이는 이마트의 새로운 30년을 여는 힘이 될 것이다”며 희망퇴직 진행 사실을 알렸다.

이마트는 이번 희망퇴직 규모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다만 희망퇴직 대상자로 약 1천~2천 명 규모를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예상대로 희망퇴직이 진행된다면 전체 인력의 5~10%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연간 급여의 총액이 1조1175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연간 1천억 원 정도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이마트의 이번 희망퇴직은 창사 이후 첫 인위적 감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는 창립 이후 역사만 30년이 넘는다. 이 기간 이마트를 거쳐 간 대표만 해도 7명인데 이들은 단 한 번도 인력 구조조정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마트가 ‘사람을 자르지 않는 회사’라는 얘기를 들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마트의 8번째 수장인 한채양 대표가 취임 반 년 만에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런 얘기도 이제는 사라지게 됐다. 전에 없던 전략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이마트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채양 대표 주도로 이뤄지는 이마트의 희망퇴직은 강성현 대표가 꺼냈던 롯데마트의 희망퇴직과 비슷한 모양새다.

강 대표는 2020년 11월 롯데마트 대표에 취임했는데 수장에 오른지 약 석 달 만인 2021년 2월 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든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롯데마트의 당시 희망퇴직 역시 1998년 창사 이후 23년 만에 처음 실시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강 대표는 2021년에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말에도 또 희망퇴직을 받았다.

한채양 대표와 강성현 대표가 각 회사 수장에 오른 뒤 발빠르게 감원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대형마트 업계의 성장이 사실상 멈춘 상태에서 실적 반등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감원 이외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3사의 점포 현황을 살펴보면 할인점의 성장은 사실상 2010년대 중반에 멈췄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형마트3사의 전국 매장 수는 2009년만 하더라도 300여 개 수준이었다. 각 회사별로 해마다 매장을 평균 5개 안팎으로 늘린 덕분에 2017년에는 이들의 전국 매장 수가 423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후 성장은 멈췄다.

이마트는 2017년부터 해마다 점포를 2~3개씩 줄였고 홈플러스 역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팔린 뒤 전국 142개에 달하던 매장을 현재 131개까지 축소했다. 롯데마트는 2020년 실적이 저조한 매장 12곳을 골라 폐점하기도 했다.

새 매장 출점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대형마트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뜻과 같다. 실제로 2023년 유통업계 매출 가운데 대형마트의 비중은 12.7%를 보여 백화점(17.4%), 편의점(16.7%)보다도 낮은 점유율을 보였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각각 신선식품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하거나 노후화된 점포를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실적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결국 대표로서 즉각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감원 카드가 실적 반등을 위해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마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134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강성현</a>에 이어 이마트 한채양도 첫 감원, 할인점 돌파구가 안 보인다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역시 취임 이후 석 달 만에 감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성현 대표가 진행했던 희망퇴직은 감원 효과가 얼마나 즉각적인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강 대표 체제에서 롯데마트의 인력은 2021년 1만1586명, 2022년 1만1405명, 2023년 1만616명 등으로 계속 줄었다. 이 기간 롯데마트가 임직원에게 지출한 총 급여는 5133억 원에서 4990억 원까지 감소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할인점에서만 영업이익 873억 원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급여 절감 폭(143억 원)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대형마트의 희망퇴직을 놓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26일 성명서를 내고 “백화점의 존재감이 미약할 때 이마트라는 할인점의 성공으로 그룹을 키워 온 사원들에게 이제는 나가주기를 바란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지만 냉철한 자기 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시장과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최고경영진의 잘못된 선택 탓에 실적이 부진한 것을 놓고 감원이라는 카드로 대응하려는 회사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한채양 대표의 전임자인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를 4년 동안 이끌면서 보수로 모두 85억5700만 원을 받았는데 해마다 모두 성과급 명목의 상여를 받았다. 강 전 사장이 받았던 상여는 모두 24억5100만 원이나 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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