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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둔화에 사전청약 유명무실 논란, 일정 밀리다 사업 취소까지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4-01-24 12: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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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둔화에 사전청약 유명무실 논란, 일정 밀리다 사업 취소까지
▲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사전청약제도가 사업 전면 취소 사례까지 나오면서 유명무실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사전청약제도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본청약 일정이 연기되거나 늦게 잡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전청약이 이뤄진 뒤 사업 전면 취소를 발표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사전청약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분양주택 뉴:홈의 4차 사전청약 일반 공급을 시작했다. 전체 사전청약규모는 8단지, 4128가구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특별공급 3338가구, 일반공급 790가구였다.

이 가운데 서울 동작구 대방 공공주택 A1 구역(대방동 군부지) 사전 청약이 수요층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대방 공공주택 지구는 이번에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단지 가운데 유일한 일반형으로 기존 공공분양과 같이 수분양자가 되팔 때 시세차익 등을 전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청약은 6년 뒤인 2030년으로 예정됐다. 일반적으로 사전청약 2~3년 정도 뒤에 본청약을 진행하는 데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경제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해당 지구는 군시설 위탁개발사업 부지”라며 “현재 공공주택부지 위에 있는 군시설이 인접부지로 압축 재배치가 이뤄진 이후 택지조성 및 건축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본청약, 입주 등에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전청약 이후 예정된 사업 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방 공공주택 지구의 본청약 일정은 6년보다 더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27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전청약 실시, 결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3기 신도시 등 공공아파트 사전청약이 진행된 82개 지구 가운데 약 30%에 해당하는 25곳에서 사업이 지연됐다.

사전청약이 본청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공공아파트 사전청약을 실시한 주택 4만4352호 가운데 2023년 9월까지 실제 본청약을 신청한 사람은 2819명(6.4%)에 불과했다. 최종계약자는 2306명으로 더 줄었다.

김병욱 의원은 "사전청약은 주택매입 수요를 사전에 흡수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사전청약 이후 착공과 본청약이 지속해서 연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전청약 후 본청약과 입주를 기다리는 무주택 서민과 신혼부부에게 '희망 고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사전청약 일정 자체가 늦춰지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서울 서초구 성뒤마을 300가구 사전청약 일정은 인허가 절차가 늦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부동산시장 둔화에 사전청약 유명무실 논란, 일정 밀리다 사업 취소까지
▲ 인천 가정2지구 B2BL 우미린의 단지 배치도. <우미건설>

최근에는 민간 사전청약 사업이 전면 취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2022년 인천시 가정2지구에 사전청약으로 공급된 민간분양 아파트 ‘인천 가정2지구 B2BL 우미린(인천가정2 우미린)’ 아파트 사업이 본청약을 앞두고 전면 취소된 것이다. 사전청약제도가 도입된 이래 민간 사전청약 사업 자체가 좌초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19일 인천 서구청에 신청한 인천 가정2지구 건축심의를 취하하고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공급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심우건설이 사업을 취소함에 따라 사전 당첨자들은 한국부동산원 사전당첨자 명단에서 삭제되며 청약 계좌는 복구된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까다로운 제한들이 있어 인허가가 지연됐고 그 와중에 부동산 시장 여건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계약을 중도에 포기하는 당첨자들까지 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인천가정2 우미린 사업은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이 시공·시행을 전부 도맡은 자체분양사업장이다. 규모는 지하2층~지상23층 6개동 308가구로 사전청약이 진행된 공급 물량은 278가구였다.

심우건설은 2022년 4월 사전청약을 진행해 278가구를 우선적으로 공급했다. 당시 우미린 아파트의 추정 분양가는 3.3㎡당 1722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미건설이 재무안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사업 취소 결정이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2022년보다 4단계 오른 25위를 차지했다. 2022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59.65%로 낮은 수준이고 건설공제조합 및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평가에서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으로 AAA등급을 받았다.

우미린 사전청약단지 사업 취소를 계기로 사전청약제도를 향한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부터 사전청약제도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무용론은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주택공사(LH) 주택토지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연구기획보고서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이 부동산시장에 미친 영향과 과제’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사전청약제도는 청약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낮은 가격으로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부동산시장 침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며 “건설사에게는 미분양 리스크 부담이 늘어나며 공공은 하락 시점에도 주변 시세에 맞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을 지속함에 따라 공사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사전청약 제도가 가진 불확실성을 놓고 모든 위험을 수요자가 부담하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하락시점에서는 미분양주택 증가, 사전청약 수요 감소, 분양가보다 낮은 재고물량이 발생함에 따라 청약을 철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사전청약 제도가 분양시장의 위기를 사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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