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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부동산대책 교착, 밀자니 반발 많고 물러서자니 리더십 걱정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5-21 16: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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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뒤 부동산문제 해결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이견이 크고 정부 설득도 쉽지 않기 때문인데 부동산정책에서 물러선다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송영길 부동산대책 교착, 밀자니 반발 많고 물러서자니 리더십 걱정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21일 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부동산세제 개편과 대출규제 완화 등 부동산정책기조 수정을 놓고 당내 여러 의견들이 엇갈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부동산세제 개편방안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 당초 다른 사안들과 비교해 당내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알려진 재산세 부과기준 완화를 두고도 당내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재산세 감면을 두고 당‧정 협의가 안 됐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의 부동산대책기조는 기존 민주당 정책보다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송 대표는 대표 경선을 치를 때부터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정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확대해 집값의 10%의 현금만 들고도 집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과 관련된 세제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런 ‘송영길표 부동산 해법’을 두고 많은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송 대표의 주택담보대출 90% 확대방안을 놓고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해야 하는 와중에 대출을 확 풀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은 우리 정책기조와 안 맞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종부세 완화를 놓고서도 “2000cc 자동차 한 대를 몰면 1년에 자동차세가 52만 원 나오는데 종부세 기준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9억 원으로 턱걸이로 종부세를 내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되겠지만 자동차세와 비교하면 큰 돈은 아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동산 계급사회를 없애고 주거 차별없는 대한민국을 향하여’란 제목의 글을 통해 규제완화보다는 공정한 부동산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데 무게를 뒀다.

추 전 장관은 전날에도 “재산세 감면이 아니라 보유세율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집값을 잡는다”며 송 대표와는 다른 뜻을 보였다. 추 전 장관은 송 대표에 앞서 2016~2018년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당내 반대가 적지 않은 만큼 송 대표로서도 그의 부동산 해법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정부를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정책의 큰 골격과 기조는 견지하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민의 수렴, 당·정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다음달까지 모두 결론내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수정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시장질서 안정을 중시하는 홍 부총리의 성향을 고려하면 변화보다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발언이란 해석이 더 많다.

송 대표의 부동산 해법을 놓고 반대가 많은 데다 송 대표가 당내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당을 완전히 장악한 것도 아니다.

전당대회 득표율을 봐도 송 대표는 35.60%를 얻으며 경쟁자인 홍영표 의원(35.01%)을 간발의 차이로 겨우 이겼다.

이해찬, 이낙연 등 전직 대표들과 비교해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송영길표 부동산정책'을 강행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한발 물러서자니 리더십 타격이 걱정이다. 당대표에 취임하면서 내놓은 역점과제에서 뜻을 거둔다면 체면이 깎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분야는 송 대표 개인의 '정치적 도약'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민주당과 정부가 내내 애를 먹는 부동산에서 송 대표가 일정 부분 성과를 내 민심을 돌이키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민주당 뿐 아니라 송 대표의 정치적 성과가 될 수 있다.

송 대표가 최근 내놓은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오래 전부터 준비한 부동산정책 구상이다.

송 대표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두고 “집값의 6%만 있으면 자기 집을 살 수 있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이 50% 시공사가 10%, 개발이익 재투자로 10%, 전세보증금 담보대출로 24%를 담당하면 6%의 현금만으로도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송 대표가 2015년에 출판한 책 ‘송영길의 누구나 집 프로젝트’에서부 소개했을 만큼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당내 50대 기수로서 차차기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그 만큼 부동산분야에서 업적은 중요하다.

부동산 해법을 둘러싼 민주당 내 이견이 24일 열리는 정책 의원총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매듭이 지어질 가능성도 일부 있다.

송 대표는 20일 당대표실에서 열린 3선 의원 간담회에서 “최근 부동산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과정에 있다”며 “정책 의원총회에서 조속히 정리해 하나의 목소리가 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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