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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정몽규 상도의 땅에 떨어져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  2020-09-15 16: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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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을 놓고 채권단과 금호산업 그리고 HDC현대산업개발의 법정 다툼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무산이 누구 책임인지,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등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HDC현대산업개발은 15일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지 나흘 만에 공식입장을 밝혔다. 인수가 무산된 책임이 전적으로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를 놓고 코로나19로 항공업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인수를 포기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거래 과정에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보여준 태도를 놓고 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 회장이 계약을 놓고 원점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난 건 모두 세 번인데 모두 이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사태가 갑작스럽게 터져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 모두가 비상인 만큼 양쪽 모두가 만나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한쪽만 안달이 나 만나자고 종용하는 모양새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인수를 포기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앞서 7월 초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직접 나서 정몽규 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항공사 인수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3주 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포기를 공식화했다.

당시 채 부회장이 먼저 인수를 포기한 만큼 정 회장도 계약 파기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는 덜고 인수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계약 파기는 9월 들어서야 금호산업에 의해 이뤄졌다.

소송이 본격화하면 쟁점은 재실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실사를 놓고는 양쪽 모두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채권단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7주의 실사를 거쳤다. 회계와 법률전문가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돼 실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2조5000억 원이라는 인수가격이 책정됐다.

그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재실사를 요구했다.

문제는 재실사를 요구한 시기와 재실사 기간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채권단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다가 당초 계약 종료일을 한 달이나 넘긴 7월 말에서야 서면을 통해 재실사를 요구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에 먹구름이 본격적으로 드리운 건 2월 말부터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당연히 기존 가격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 재실사를 요구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채권단이 여러 차례 만남을 요구했음에도 주말에 보도자료 형식으로 재실사를 요구하는 건 누가 봐도 재실사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요구한 12주라는 기간 자체도 금호산업이나 채권단 쪽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12주의 실사를 받아들이면 계약 성사 여부가 11월 말까지 불투명해진다. 최악의 경우 12주의 실사를 거친 뒤 인수하지 않겠다고 해버리면 채권단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인수가 무산된 뒤 “HDC현대산업개발의 거래종결 의무 이행이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약이 더 지연되면 아시아나항공이 회생 불능의 상태에도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이 보도자료를 통해 마지막 면담에서 12주라는 기간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사실관계를 두고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은행은 거래 무산을 선언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12주 재실사라는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거래가 1년9개월 가까이 지지부진한 사이 주주들 사이에서는 정몽규 회장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기 때문이다.

거래 무산이 공식화되자 증권가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지만 이제 ‘정부에 찍혔다’는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선택을 놓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사실상 이번 거래는 이동걸 회장이 판을 벌이고 뒤에 정부가 있었던 만큼 거래 성사를 위해 마음이 급한 건 이 회장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겉으로 보기에 채권단이 거래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막판에 거래 성사를 위해 파상공세를 펼친 분위기”라며 “정몽규 회장이 국책은행과 정부가 계약 상대방인 상황에서 일반적 인수합병처럼 손익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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