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보안검색노동자들의 직접고용에 따른 고임금 논란을 계기로 직무급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까?

일반정규직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특정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사이에 임금체계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무급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나온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직접고용되는 보안검색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과 관련해 기존 일반정규직 노동자와는 별도의 임금체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안검색노동자들의 연봉이 5천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고임금' '공채 일반정규직과 역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자 보안검색노동자들에게 직무급제 형태의 임금체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책임과 강도, 난이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지급하는 제도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대부분 공기업에선 대부분 재직연수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사업, 전략, 기획 등을 맡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일반직과 보안검색요원은 수행 직무가 다르다"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에 따라 일반직과 구분되는 별도의 임금체계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도 공기업도 직무급제로 점차 바뀌고 있다”며 “보안검색하는 분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일반직 두 직군 사이에 차이가 있는데 누가 봉급을 똑같이 달라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번 보안검색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직무급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월 ‘직무중심 보수체계 구축 용역’을 발주하며 정부의 방침에 따른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노동계의 직무급제을 향한 반감이 거센 점을 의식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구본환 사장의 인터뷰 발언은 이번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보안검색업무와 일반직 직원들 사이에서 직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두 업무만을 두고 말한 것"이라며 "다른 직무들까지 고려해 말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무급제의 본격적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노동계가 호봉제 폐지에 따라 임금이 줄어드는 데 반발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월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뒤 “직무급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등의 ‘당근책’을 제시하며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를 살피면 공공기관 평가 기준에 ‘직무 중심의 합리적 보수체계로 전환을 위한 기관의 노력 및 성과’가 포함됐다.

이 때문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 작은 공공기관 중심으로 대 여섯 곳만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데 머물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직원 1천 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상반기에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사항들을 검토했다.

그러나 기존보다 임금이 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며 노조가 반발해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게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며 "더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