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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 대거 매입, 현정은 약한 지배력의 안전판인가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  2020-03-26 16: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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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가 대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석도 깔려있는가?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명분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정은 회장의 지배력을 염두에 뒀다는 시선도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26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2년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35만6226주를 모두 매각한 뒤 8년 만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한 달 동안 자사주 81만6천 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25일 이사회에서 또 다시 81만6천 주 규모의 자사주를 사기로 결정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번 주식 매입을 마치면 자사주 163만2천 주를 보유하게 된다. 지분율은 6.0%에 이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주가치 강화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현재 경영상황을 놓고 봤을 때 다소 과감한 매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처음 81만6천 주를 사는 데 모두 380억 원을 썼고 앞으로 자사주 81만6천 주를 추가로 사는 데 378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자사주 매입에 758억 원을 쓰는 셈인데 이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최근 2년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70% 가량 많은 규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9년과 2018년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을 각각 436억 원, 15억 원 올렸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비교해 봐도 자사주 매입규모는 커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3분기 개별기준으로 현금성자산 1543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전체 현금성자산의 50%를 자사주 매입에 쓰는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현 회장의 취약한 경영권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계열사인데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특수관계인을 합쳐도 지분율이 23.6%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홀딩스와 3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각각 15.5%와 11.1%의 지분을 들고 있다.

쉰들러홀딩스와 국민연금이 주요안건에 반대한다면 현 회장에게 경영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지분구조인 셈이다.

더군다나 현 회장은 2대주주인 쉰들러홀딩스와 지속해서 갈등을 겪고 있어 낮은 지배력은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쉰들러홀딩스는 다국적 승강기업체인데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의사결정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쉰들러홀딩스가 국내 승강기 1위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기 위한 의도를 지닌 것으로 바라봤는데 현 회장과 쉰들러홀딩스의 갈등은 여전히 지속돼 법적 다툼으로 이어져 있다.
 
▲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이런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확보하는 자사주 6%는 앞으로 경영권 다툼이 일어난다면 현 회장 편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6개월 이상 보유한 뒤 우호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바로 살아나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과거 SK가 소버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일 때 자사주를 은행에 넘겨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앞두고 엘리엇과 주총 표대결을 벌일 때 자사주를 KCC에 넘겨 의결권을 추가로 얻은 것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30%가량 하락했다.

현재 주가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잃고 사세가 크게 줄어든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자사주를 산다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번 자사주 매입이 끝난 뒤 또 다시 자사주를 매입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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