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유석 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가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신약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열린 '2026 지놈앤컴퍼니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홍유석 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새로운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퍼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 후보물질로 앞세워 후속 기술수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놈앤컴퍼니는 ADC용 항체 기술수출을 통해 항암 신약개발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 차례 증명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시선을 여전히 받고 있다.
홍 대표는 앞으로 신규 표적 ADC의 차별성을 입증해 추가 기술수출 성과를 올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유석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약 후보물질의 사업개발 전략을 설명하며 계열 내 최초 신약 개발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계열 내 최초 신약은 기존에 허가된 약이 없는 새로운 표적이나 작용 방식으로 개발되는 신약을 뜻한다.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환자에게 새 치료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지놈앤컴퍼니가 계열 내 최초 신약 가능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술수출 성과가 자리한다.
지놈앤컴퍼니는 2024년 5월 스위스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신규 표적 CD239를 겨냥한 ADC용 항체 ‘GENA-111’을 기술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500만 달러를 포함해 모두 4억2600만 달러로 알려졌다. 지놈앤컴퍼니가 신규 표적 항암제 분야에서 이룬 첫 기술수출이었다.
GENA-111은 지놈앤컴퍼니가 자체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발굴한 CD239 표적 항체다. CD239는 여러 암종에서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돼 ADC 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디바이오팜은 지놈앤컴퍼니의 항체와 자체 링커 기술을 결합해 ADC 치료제를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전 세계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이 계약은 지놈앤컴퍼니에게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지놈앤컴퍼니는 그동안 마이크로바이옴, 즉 장내 미생물 기반 신약개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규 표적 항암제와 ADC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이뤄진 첫 ADC 기술수출은 회사가 전반적인 방향성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다만 첫 기술수출만으로 회사의 방향 전환이 옳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은 한 번의 계약보다 후속 계약이 중요하게 평가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첫 계약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라면 두 번째, 세 번째 계약은 그 가능성이 반복 가능한 사업모델인지 확인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 바이오업계의 시선이다.
홍 대표가 이날 발표에서 후속 사업개발 성과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놈앤컴퍼니가 ADC 중심 기업으로 평가받으려면 신규 표적을 계속 발굴하고, 그 표적을 글로벌 제약사가 실제 사려는 후보물질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대표는 사업개발의 핵심 역할을 설명하면서 “회사에서 팔 수 있는 에셋(자산)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연구자가 개발하고 싶은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가 실제 계약할 만한 신약후보물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강한 항암 약물을 붙인 치료제다. 쉽게 말해 항체가 암세포까지 약물을 데려가는 운반체 역할을 하고, 약물이 암세포 안에서 방출돼 암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보다 정상세포 손상을 줄이면서 암세포를 더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ADC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맞아야 한다. 항체는 암세포를 잘 찾아가야 하고, 링커는 항체와 약물을 안정적으로 이어줘야 하며, 페이로드는 암세포를 죽일 만큼 강해야 한다. 링커는 항체와 약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고, 페이로드는 암세포를 죽이는 독성 약물이다.
다만 최근 ADC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링커나 페이로드 자체만으로 차별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결국 어떤 표적을 골랐고, 그 표적에서 어떤 데이터를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차미영 지놈앤컴퍼니 연구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과 관련해 열린 '2026 지놈앤컴퍼니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홍 대표가 계열 내 최초 신약 가능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런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경쟁자가 많은 표적에서는 후발 기업이 개발한 후보물질이 큰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반대로 아직 치료제가 충분하지 않은 새로운 표적에서 좋은 데이터를 보여주면 글로벌 제약사가 더 큰 관심을 보일 수 있다.
물론 계열 내 최초 신약은 기회가 큰 만큼 위험도 크다.
새로운 표적은 아직 임상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제약사는 표적의 새로움뿐 아니라 실제 치료 효과가 나올 가능성, 독성 문제, 생산 가능성, 특허 경쟁력까지 함께 본다.
지놈앤컴퍼니가 후속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려면 계열 내 최초 신약이라는 기대감을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암세포에서 표적이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지, 정상세포에는 얼마나 적게 나타나는지, 항체가 암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는지, 약물이 암세포를 충분히 죽이는지 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 후보물질과의 비교도 중요하다.
홍 대표는 같은 표적이나 비슷한 영역의 경쟁 후보물질이 있더라도 지놈앤컴퍼니 후보물질이 더 나은 효능이나 안전성 자료를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놈앤컴퍼니의 전략은 계열 내 최초 신약과 계열 내 최고 신약 가능성을 함께 겨냥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시장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따라가더라도 더 좋은 약으로 평가받으면 충분히 사업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가 보는 또 다른 사업화 카드는 저분자화합물 신약후보물질이다. 저분자화합물은 항체처럼 큰 단백질이 아니라 비교적 작은 화학물질로 만든 약이다. 일반적으로 항체 기반 치료제보다 개발비가 적게 들 수 있고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임상 가능 단계까지 끌고 가기 유리할 수 있다.
지놈앤컴퍼니의 후속 기술수출은 주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오버행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버행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잠재 매도 물량을 뜻한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뀌거나 기존 투자자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좋은 소식이 나와도 주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 제3회차 영구전환사채 사채권자는 4월28일 권면총액 258억6061만 원 규모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보통주 854만8956주가 새로 발행됐는데, 이는 발행주식총수 4590만2856주의 18.62%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 제3회차 영구전환사채 사채권자는 4월28일 권면총액 258억6061만 원 규모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보통주 854만8956주(약 19.12%)가 새로 발행돼 5월21일 추가 상장됐다.
다만 이 물량 가운데 일부는 이미 시장에서 소화됐다. 5월27일 제출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파라투스뉴노멀티씨비사모투자 합자회사와 특별관계자들의 보유비율은 전환사채 일부 보통주 전환과 전환주식 장내매도 영향으로 2.91%까지 낮아졌다.
전환주식 일부가 이미 팔렸다는 점은 오버행 부담이 일부 해소됐다는 의미가 있를 지니지만 대규모 전환 물량이 시장에 나온 직후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남은 물량의 매도 가능성도 함께 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홍 대표에게 올해는 지놈앤컴퍼니의 ADC 사업 전환이 실제 기업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로 여겨진다.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중심 기업에서 신규 표적 항암 신약개발 기업으로 체질을 바꿔왔다. 첫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수출로 방향 전환의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후속 기술수출이 나와야 사업성이 한층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이날 “올해 최소 1건 이상의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후속 기술수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