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대우건설과 중흥건설 너무 달라, 정창선 리더십 심을 수 있나
등록 : 2021-08-23 15:10:31재생시간 : 10:29조회수 : 10,620임금진
대우건설이 중흥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는 것은 11년 만에 오너체제가 들어선다는 뜻이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으로서는 ‘주인 없었던 기업’에 새 리더십을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기도 하다.

그 작업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오너십을 지닌 중견건설사가 오랜 기간 오너공백을 겪은 대형건설사의 조직문화를 통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유의 오너십으로 중흥건설을 일궈온 정 회장이 대형건설사에서도 리더십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중흥건설 정창선은 11년째 ‘주인 없는 회사’ 대우건설에 리더십 심을 수 있나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은 오너십으로 한 회사를 대기업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정 회장이 중흥건설의 전신인 금남주택을 설립한 것은 1983년이다. 지금의 중흥건설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정 회장은 40년 가까이 오너십을 발휘했다.

그에게 대우건설 인수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도전이다.

정 회장이 여태껏 일군 중흥건설그룹 계열사는 모두 정 회장의 오너십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성장해왔지만 대우건설은 2010년 이후 11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오너십 없이 운영된 회사를 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 없는 회사들은 오너십이 부재하다는 특성상 위기관리에 취약한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잠재부실을 재무제표에 일시 반영하는 ‘빅배스’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2013년경 한 차례씩 빅배스를 단행한 뒤 리스크 관리체계를 세웠던 것과 대비된다.

정 회장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정 회장은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의 조직, 인력 등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전직 임원 등에 대한 특혜 하도급, 저가 입찰 등만 바로 잡아도 회사가 이익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에 부족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2018년 4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대우건설 임원들과 한 개별면담에 대해 “전부 남의 일 얘기하듯 하고 전부 남 탓만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30년 일한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사명감은 없었다”고도 토로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된 뒤 새 사장을 뽑는 작업을 두고는 “새 사장은 판관 포청천 같은 사람이 왔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는데 모두 강력한 내부조직 장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여겨진다.

대우건설은 KDB산업은행 산하에서 KDB인베스트먼트 산하 관리체제로 들어간 뒤 어느 정도 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주인 없는 회사로 오랜 기간을 보낸 만큼 강력한 오너십이 등장했을 때 대우건설 내부 임직원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중흥건설 인수가 전해진 뒤 대우건설 직원들 일부가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이직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새 리더십이 대우건설에 안착하지 못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조직통합을 위해 인력을 파견했으나 5명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마저도 모두 대우건설 직원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모두 버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안책으로 대우건설 일부 인력들을 승진시키며 조직을 장악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 너무 다른 중흥건설과 대우건설, 인수 후 통합과정 만만찮다

성공적 인수합병의 핵심요소는 바로 인수합병 후 기업통합(PMI)이다.

기업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세밀한 통합전략 수립에 실패했을 때, 속도조절이나 통합수준 등 실행방식을 잘못 설정했을 때, 통합리더십이 부재할 때 등은 인수합병을 실패로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이 여러 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국내를 대표하는 톱5 대형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에서 부동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뒤를 이어 GS건설, DL이앤씨 등과 함께 어깨를 겨룬다.

2006년부터 3년 연속으로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대우건설은 특히 토목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 작품은 바로 세계 최장이자 국내 최초의 침매터널인 거가대교다. 고속도로와 도로, 교량, 철도, 지하철, 항만 등 다양한 토목분야에서 시공경험을 쌓았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주택사업에서도 탄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주택브랜드 푸르지오를 통해 2000년대부터 국내 주택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고급 브랜드 써밋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택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한국형 해외신도시 건설사업인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비교하면 중흥건설그룹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중흥건설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최근 수년 동안 실적과 시공능력평가에서 약진하며 중견건설사를 넘어 대형건설사를 넘보는 위치까지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사업 이외의 경험은 부족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주요사업도 사실상 주택과 건축사업에 한정된다.

인력규모도 한참 떨어진다. 중흥건설그룹 산하 계열사들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약 1200명 정도다. 반면 대우건설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임직원 수가 5417명이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은 것을 놓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 전현직자들의 리뷰가 모여 있는 사이트에서도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확인된다.

중흥건설 전현직자들은 ‘회장 결재 위주의 1인체제라 회사규모에 비해 유연하지 않다’ ‘연차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직원 복지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불만을 내놓는다. 대우건설을 인수해서 경영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대우건설 인수를 하지 말아 달라는 리뷰도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재사관학교라 배울 것이 많다’ ‘오래된 회사라 부족한 점도 있지만 사기업 가운데 기업문화가 좋은 편’이라는 장점들이 눈에 많이 띈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인력규모라든지 복지, 임금수준, 조직문화 등을 충분히 관리하고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중흥건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내느냐가 인수합병의 성패 가를 가능성이 크다.

◆ 작은 기업의 큰 기업 인수 ‘보아뱀 전략’, 핵심은 조급함 버려야

기업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인수합병에 실패한 사례는 많다.

독일 다임러벤츠가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했으나 다시 매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독일과 미국의 질적 문화는 두 회사의 성공적 결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떠올랐고 결국 다임러벤츠는 크라이슬러 인수가격의 5분의 1에 재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도 기업문화를 통일하는 데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의료기기 벤처회사인 메디슨을 인수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직급체계와 성과보상 시스템의 간극이 너무 컸고 벤처기업 성향의 메디슨에 삼성전자 특유의 관리중심 경영 도입되면서 임직원들의 이탈이 잦아지기도 했다.

본사 인력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식의 무리한 조직문화 통합이 불러온 실패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인수합병에서 가장 쉬운 것은 인수 자체”라며 “인수 후 통합이 제대로 이뤄져야 비로소 인수합병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수 후 통합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삼킨 중흥건설과 대우건설의 사례에서는 인수 후 통합 문제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영학에서 쓰이는 ‘보아뱀 전략’이 정 회장에게 힌트가 될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첫 장면을 보면 보아뱀이 코끼리를 잡아먹은 그림이 나온다. 자기 몸보다 몇 배나 큰 코끼리를 잡아먹은 그림을 보고 어른들은 ‘모자가 아니냐’고 묻지만 주인공이 보아뱀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이 장면에서 나온 용어가 바로 보아뱀 전략인데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을 말한다.

실제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해 성공한 사례도 종종 있다. 대표적 기업이 인도의 타타그룹이다.

타타그룹은 산하에 2007년 기준으로 세계 59위의 조강생산능력을 지닌 타타스틸이라는 철강회사를 들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세계 9위의 영국 코러스스틸을 인수합병하면서 세계 5위의 철강회사로 발돋움했다.

타타모터스라는 회사를 통해 영국의 자동차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008년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 레노버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세계 PC시장의 선두권 그룹에 합류할 수 있었다.

국내에도 사례가 없지 않다. NH농협증권은 2013년에 자신보다 자산규모가 5배가량 큰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했다. NH투자증권은 이를 발판삼아 2020년 말 기준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순위 3위에 올랐다.

보아뱀 전략의 핵심은 인수합병을 통해 빨리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는 데 있다.

어린왕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보아뱀은 먹이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집어삼킨다. 그러고는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먹이가 소화될 때까지 여섯 달 동안 잠을 잔다.”

정 회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인수와 관련한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을 놓고 “노조에서 오너의 경영철학을 이해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인수절차가 완료되면 노조 간부와 임원들을 초청해 진솔한 마음을 전하는 소통의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당장 대우건설을 놓고 인사나 조직관리, 조직문화 통합 등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지분만 들고 있는 형태로 대우건설을 운영하게 될 것이며 중요한 결재사항만 회장의 결심을 받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Who 남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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