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두산그룹 구조조정 끝 보여, 박정원 박지원 리더십도 승계할까
등록 : 2021-07-12 09:57:35재생시간 : 8:44조회수 : 3,672임금진
두산그룹이 오랜 구조조정을 거치며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혹독한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는 이미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그룹 제3기의 발판이 다져지고 있는 시점에 맞춰 두산그룹의 오랜 전통인 ‘형제승계’를 통해 리더십의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 박정원 회장체제 두산그룹 5년, 다음 회장시대 오나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인 박두병 초대 그룹 회장의 유훈에 따라 ‘공동소유’ ‘공동경영’의 틀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의 지분은 오너일가가 나눠 들고 있으며 회장도 돌아가면서 승계하고 있다.

회장 승계주기가 3~4년 정도로 합의된 것은 7대 회장 때인 2005년부터다.

박두병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그룹의 6대 회장인 박용오 회장이 2005년 이른바 ‘형제의 난’을 일으키면서 그룹을 일정 기간 맡은 뒤 그룹 회장 자리를 승계하는 방식을 오너일가가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두병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용성 회장은 2005부터 2009년까지, 넷째 아들인 박용현 회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다섯째 아들인 박용만 회장은 2012부터 2016년까지 그룹 총수를 맡았다.

이런 전통을 감안할 때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두산그룹 4세의 맏형인 박정원 회장의 총수 재임기간은 다소 길어졌다.

박정원 회장은 작은 아버지인 박용만 회장의 뒤를 이어 2016년 3월에 두산그룹 총수에 올랐다. 이미 총수 재임기간이 5년이 넘었으며 약 반 년 뒤에는 6년을 꽉 채운다. 다음 총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박정원 회장이 두산중공업의 재무위기로 촉발한 두산그룹의 경영난을 극복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박정원 회장체제를 더 유지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정부로부터 긴급수혈한 3조6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토대로 혹독한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을 병행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다음 총수와 관련한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어떠한 말도 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 그룹의 핵심 두산중공업 이끄는 박정원 동생 박지원, 내년에는 두산그룹 회장 오를까

현재 유력한 다음 총수로 거론되는 인물은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이다. 그는 박정원 현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박지원은 박정원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2016년에 시차를 두고 두산중공업의 회장에 올랐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 공급자로서 대전환’을 외치며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신중하고 조용한 성격의 박정원 회장과 달리 강력한 리더십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강력한 권한으로 두산중공업의 사업재편을 주도했다.

원전사업에서 풍력발전과 가스터빈,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재생에너지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모두 박지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박지원 회장이 그룹의 전부라고도 볼 수 있는 두산중공업에서만 오랜 기간 일했다는 점도 두산그룹의 다음 회장에 오르기에 충분한 명분으로 꼽힌다.

박지원은 OB맥주 전신인 동양맥주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 두산아메리카, 두산상사, 두산 등을 거쳤다.

하지만 2001년 두산중공업 기획조정실장 부사장을 맡은 뒤로는 쭉 두산중공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오른 뒤 13년 넘게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그룹 내에서도 위상이 높은 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9월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을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을 안내한 사람은 박정원 회장이 아닌 박지원 회장이었다. 

그렇다면 유력한 다음 총수후보인 박지원 회장의 승계시점은 언제가 될까?

두산그룹은 과거 소비재기업에서 중공업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이를 두산그룹의 1기와 2기로 부른다면 이제는 친환경에너지기업이라는 3기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에 있다.

박정원 회장이 주도한 그룹 구조조정의 결과를 새 리더십으로 발전적 계승할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을 정해 박지원 회장으로 자연스러운 승계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논리가 새 회장 시대를 여는 근거가 될 수 있다.

◆ 박정원체제 5년, 두산그룹은 어떻게 뼈 깎는 구조조정 해왔나

박정원 회장은 그룹 총수 취임 이후 5년 내내 두산그룹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시간을 썼다.

두산그룹이 위기를 겪은 것은 두산건설 탓이 크다. 두산건설의 미분양 리스크로 생겨난 재무위기를 돕기 위해 두산중공업이 자금을 쏟아 부었는데 두산건설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재무적 위기가 두산그룹 전체로 번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정책이 시작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원전사업이 일부 타격을 받은 것도 위기를 심화한 원인으로 꼽혔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흑자전환을 위해 고정비 절감과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했지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내내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결국 박 회장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손을 벌려 3조6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자체적으로 보유자산과 계열사 매각을 통해 3조 원을 확보하기로 약속도 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과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방안을 합의한 뒤인 2020년 6월11일 두산그룹 모든 임직원에 사내 메시지를 보내 “그룹 경영진은 시장 흐름의 변화에 대응하고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등 최선을 다해 왔으나 결과적으로 목표에 미치지 못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졌다”며 “다행히 국가 기간산업을 향한 정부의 관심과 채권단 지원에 힘입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두산중공업의 위기에 따른 사회적 파장과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두산은 금전적 부채를 넘어 사회적 부채를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혔던 두산솔루스뿐 아니라 두산중공업의 안정적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놓고 “두산그룹이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의 재무 자구안을 이행했고 3조 원 가운데 1조3천억 원을 상환해 시장 신뢰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음을 평가한 대목이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래 성장동력도 마련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실제로 4월에는 그룹 차원의 수소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등 수소사업 전반에 걸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 두산그룹 승계는 어떻게 이뤄지나, ‘장자상속’과 ‘형제승계’의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방식

두산그룹은 ‘장자상속’과 ‘형제승계’라는 방식으로 대를 잇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왕위 승계방식과 유사하다고 본다.

두산그룹 초대 회장인 박두병 회장은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이다. 박두병 회장의 뒤를 이어 2대 회장에 오른 인물은 전문경영인인 정수창 회장이었으나 3대 회장은 박두병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회장이 됐다.

창업주로부터 1대 회장, 3대 회장에 걸쳐 장자상속이 이뤄진 것이다.

4대 회장은 다시 잠시 전문경영인에게 돌아갔으나 5대 회장에 다시 박용곤 회장이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형제경영시대가 막을 올린다.

박용곤 회장의 동생들인 박용오 회장이 6대 회장을, 박용성 회장이 7대 회장을, 박용현 회장이 8대 회장을, 박용만 회장이 9대 회장을 번갈아가며 맡았다.

형제경영이 이뤄진 시기만 보면 4대 회장시기를 제외하고라도 33년이나 된다.

두산그룹에 장자상속의 전통이 부활한 것은 2016년이다. 두산그룹 오너3세의 막내뻘인 박용만 회장이 큰조카인 현 박정원 회장에게 그룹 회장을 물려주면서 오너4세시대의 막이 올랐다.

장자상속과 형제경영은 국내 재벌기업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왕자의 난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다. 물론 두산그룹에서도 박용오 회장 재임 시기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긴 했으나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장자 상속과 형제경영에 대한 오너일가의 합의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재계는 본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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